이융희

[직설] ‘사이다’라는 진통제

본가로 내려가는 차 안에서 유튜브를 배회했다. 김해까지 5시간 여정을 하다보면 스마트폰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개별 영상들은 5분, 10분 정도의 짧은 길이이지만 영상과 영상을 넘나들면 금방 시간이 사라진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주로 나의 관심사인 동물, 게임, 만화, 소설, 가요 등의 영상을 보여주는데 가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요즘 인기있는 영상이라며 관심사 바깥의 영상들을 추천할 때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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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신춘문예와 장르

이젠 2020년이 왔고, 신춘문예 심사를 마친 선생님들은 심사평을 송고한 후 쉬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년 사이에 가득했던 사고들과 대체 매체들의 확장으로 문학이 왜소해진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신춘문예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문청들은 문학의 자장 안에서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올해 키워드가 퀴어와 SF, 비인간 캐릭터 등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오늘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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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502] 혐오의 정서에는 무엇이 있는가

  2019년 가을, 겨울은 정서적으로도 추운 한 해가 계속되었다. 연예인의 죽음과 수많은 범죄와, 범죄조차 되지 못한 사건사고들이 미디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특히 나를 가장 격동시켰던 사건은 설리와 구하라의 잇따른 죽음이었다. 그룹 f(x)와 카라는 내가 20대일 때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아이돌이었다. 특히 카라의 경우는 일본어 공부를 할 때 일본 예능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을 유튜브로 찾아보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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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공지능의 롤모델, 인간

이세돌이 인공지능(AI)과 ‘치수 고치기’ 대국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뉴스가 떴다. 알파고와의 승부 끝에 신의 한 수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었고 그 결과 인류가 기계에 거둔 마지막 승리라는 화려한 수식어구가 나타난 것도 벌써 3년이 흘렀다. 이세돌이라는 이름엔 그보다 많은 서사가 있었을 터다. 인터뷰를 보면 일본으로 넘어가 프로기사 생활을 했을 경우 연 10억원 이상을 벌었겠으나 그 모든 걸 고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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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혐오에는 인과가 없다

혐오는 현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혐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고 사용하지만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혐오를 단순한 미움이나 시기, 질투와 같은 것처럼 ‘싫어하는’ 감정인 것으로 이해한다. 사실 혐오는 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혐오는 구조와 맞닿은 단어다. 그 속에는 불균형과 차별, 분노와 공포 등이 섞여 있다. 즉 혐오는 개인 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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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498] 그림자까지 상품화된 인간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몸값’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익숙한 만큼 섬뜩하다. ‘몸값’은 순수한 몸의 가격이 아니다. 그것은 몸으 로 이루어 내는 가치, 즉 노동력의 가치를 뜻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값이 결정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없 다. 수치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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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사실 부재의 사회

10월 마지막 주 모 영상 플랫폼에서는 술에 취한 두 스트리머 간의 난투극(‘현피’ 사건)이 라이브로 생중계됐다. 한 사람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이어진 싸움은 즉시 gif 그림파일로 저장돼 인터넷 세상에 뿌려졌다.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방송의 자격론과 윤리가 호출되며, 규제 없이 방송하는 개인들의 수위가 나날이 자극적으로 된다며 이러한 방송을 저지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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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494] 좀비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장르를 설명할 때, 좀비는 가장 훌륭한 예시다. <부산행>과 <서울행> <킹덤>과 <창궐>을 비롯해 웹툰 <언데드> <좀비딸>에 수많은 좀비 게임과 소설, 그리고 놀이공원에서 진행하는 좀비 특집까지. ‘좀비’라는 개념은 서구에서 시작된 수사였으나, 이제는 우리도 별다른 설명 없이 좀비라는 코드의 문화적 맥락을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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