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C 스토리 다이제스트 |
모든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이다! 이번 달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CKMC 스토리텔링 다이제스트’에서는 웹툰 및 웹소설 창작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핵심 이론과 청강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인 프로 작가들의 작법 노하우를 제공합니다. |
웹소설 이해하기_1 웹소설을 마치 시나리오처럼 쓰려는 분들이 간혹 존재한다. 시나리오는 영상 매체를 목적으로 한 텍스트고 웹소설은 문장 자체로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타깃 고객층도 다르고 쓰는 법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적인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는 전제 하에 구성된다. 보통 지문과 대사로 나누어지는데, 이때 시나리오의 지문은 소설의 서술문, 묘사문과 다른 방식이다. 대사 역시 시나리오는 배우들이 직접 말하는 구어체로 쓰이지만 소설은 구어체보다는 문어체에 가깝게 쓰인다. 가벼운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시나리오 형식 네온사인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어두운 거리.한상이 입김을 불며 골목 안쪽에 있다.남자1이 안으로 들어온다. 한상: 씨발, 추워 뒤지는 줄 알았네.남자1: 물건은. 남자1은 한상이 건넨 물건을 받고 뒤돌아서 골목을 나가려 한다. 한상: 어이, 잠깐. |
소설 형식 화려한 네온사인이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거리는 적막하면서도 소란스러웠다. 으슥한 골목길 안쪽에서 한상이 추위에 떨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 왜 안 와.’ 그때 한 남자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왔다. 어두운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이 평범치는 않아 보였다. 한상이 남자 쪽으로 곧장 다가갔다. “씨발, 추워 뒤지는 줄 알았네.” 남자는 한상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물건은.” 한상은 사내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얕은 한숨을 쉬고는 옆에 둔 서류 가방을 건넸다.사내는 한상이 건넨 가방을 들고 곧장 몸을 돌렸다. 그때 한상이 다급하게 사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어어, 잠깐.” |
같은 상황을 나타낸 것이지만 시나리오와 소설은 형식적으로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요즘 만들어지는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와 웹소설이 완전히 같으리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들은 엄청난 시간과 자본을 들여서 각색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형식의 작품이 완성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시나리오와 웹소설은 다루는 내용과 형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장르문학인데 웹소설과 장르문학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애초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 두 가지를 마치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분리하기는 사실 어렵다. 장르문학에서 웹소설 장르가 갈라져 나와 발전한 형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매체를 기준으로 잡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텍스트 콘텐츠라면 통상적으로 장르문학은 ‘책’을 기준으로 삼고 웹소설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하는 텍스트 콘텐츠라고 보면 된다. 웹소설 판타지와 장르문학 판타지를 가르는 기준은 소재와 서사를 다루는 방식이다. 세계관이나 설정들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이나 다루는 에피소드의 방식은 많이 다르다. 책을 기준으로 나오는 작품들의 경우 문장의 길이와 전개, 구성 등이 도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웹소설은 폭이 좁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문장도 최대한 단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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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지망생 중에서 2000년대 대여점에서 퓨전 판타지나 무협을 읽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의 웹소설은 그 당시의 판타지, 무협 소설을 계승해서 모바일 디바이스로 이식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당시에 읽었던 작품들의 레퍼런스만을 가지고 지금의 웹소설을 쓰겠다고 나설 생각이라면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 당시 대여점에서 주로 유통되던 퓨전 판타지나 무협은 종이책을 기준으로 출간됐다. 전개 방식이나 서사의 밀도가 일반 장르문학보다는 조금 더 가독성이 있겠지만, 여전히 웹소설의 기준으로 보면 독자들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발췌 : 《백전백승 웹소설 스토리 디자인》, 김선민(웹소설창작전공 교수) 저, 허들링북스(2022), 28-3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