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C TIP] 2023학년도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실기 우수작 리뷰 (1)

2023년 다섯 번째 신입생을 맞이한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의 실기 입시 주제어는 국내 최초로 웹소설창작전공을 신설한 대학답게 매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기 고사는 정해진 시간에 제시된 주제어에 맞춰 스토리 시놉시스를 작성해야 하는 시험인 만큼 기본적인 장르에 대한 이해는 물론 웹소설 및 장르 소설 등을 다독하고 습작해온 내공이 중요하다. 이번 <CKMC TIP>에서는 2024학년도 웹소설창작전공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2023학년도 실기 우수작을 공개한다. (오탈자는 편집자가 교정했습니다.)

2023 수시 1차 시험 주제어 : 아이템, 현실

동네에는 커다란 우체통이 있었다. 열 수 있는 문은 존재하지 않아 집배원도 건드리지 않았다. 테이프로 막힌 입구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았다. 테이프를 뜯어 입구를 밀면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체통은 테이프가 뜯긴 순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물건을 안에 넣으면 안에서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건에 실을 달아서 내려도 그 물건은 그대로 올라왔다. 그러다 사진을 한 장 넣었는데 사진 속 사람이 실제로도 사라졌다는 게 아니겠는가. 사진을 다시 꺼내면 실종된 사람이 돌아왔다. 이후 나는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우체통의 원리를 알아냈다.

우체통은 사진 속 사람을 삭제시킨다. 내가 찾은 답이었다. 나는 바로 할머니의 사진을 찾았다. 치매가 있는 할머니는 나에게만 의지하며 내 자유를 앗아갔다. 할머니도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차피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할 거, 앞에서 직접 넣기로 했다. 그 전에 할머니의 사진이 필요했다. “할머니, 저랑 사진 찍어요.” 내 사진을 더 찍으려는 할머니의 장단에 맞추며 할머니의 괜찮은 사진도 몇 장 건졌다. 나는 우체통 앞으로 할머니를 데려갔다. “여기에 할머니 사진 넣어보세요.” “나는 내 손주 사진이 더 좋은데.” 가만히 사진을 보던 할머니는 우체통에 내 사진을 넣었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 보니 아까와는 다른 공간이었다. 옆에는 내 사진이 함께 있었고 아무리 걷고 주위를 둘러봐도 끝은 보이지 않았다. 위에는 우체통의 입구처럼 보이는 틈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누군가 사진을 다시 꺼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내 사진이 우체통 안에 들어갔다는 건 할머니만 아는 사실이었고 치매도 있는 할머니가 그걸 기억할 리도 없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힘껏 소리쳤다. “저기요! 아무도 없어요? 할머니! 나, 현진이에요! 설마 간 건 아니죠?” 내 말은 허공에 울리며 내게 되돌아왔다.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나는 사진을 들고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니 내가 넣은 사진과 함께 시체가 보였다. 나로 인해 굶어 죽은 자들이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까뒤집힌 눈은 마치 나를 보는 듯했다. 나는 언젠간 끝이 나오리라 생각하며 다시 움직였다. “벽?” 똑똑, 벽을 두드렸다. 두꺼운 벽은 묵직한 소리를 냈다. 나는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무작정 벽을 긁었다. 하지만 벽은 너무도 매끈했고 손톱만 갈릴 뿐이었다. 그때 어디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공에는 할머니의 사진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왜, 왜 왔어? 사진 왜 넣었냐고!” “사진 넣으니까 손주가 사라졌어. 손주, 내 손주, 보고 싶어서 아무거나 넣었어.” 할머니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여기서 나가야 해.” 나는 계속 중얼거렸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길게 찢은 뒤 서로 묶었다. 어떻게든 사진만 밖으로 내보내면 됐다. 끝에 사진을 묶고 옷을 있는 힘껏 돌렸다. 길이가 길어서인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제발, 한 번만.” 몸에서 점점 힘이 빠졌다. 조금 더 길어야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할머니의 겉옷을 찢었다. 이미 지친 건지 할머니는 옆에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밥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이를 악 물고 팔을 돌렸다. 걸릴 듯 말 듯 하던 사진이 우체통 입구에 걸렸다. “됐다!” 환호성과 함께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밖으로 나오자 우체통은 박살이 난 상태였다. 누군가, 할머니가 우체통에 사진을 넣었더니 사라지는 걸 봤다고 제보한 탓이었다. 나는 우체통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박살이 난 우체통 틈에는 할머니와 나의 사진이 있었다.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완전하게 빠져나온 게 아니었다. 우체통이 부서진 순간 우체통은 우리를 다시 이동시킬 수 없었다. 현실로. 나는 우체통 조각을 모아 다시 맞추었지만 한 조각이 부족했다. 옆에는 사진 속에서 웃으며 날 보는 할머니만 있었다. 정말 삭제되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우체통 밖 세상에서, 마지막 조각을 찾기 전까지…….(끝) 

심사평

❚ 정원 확대와 그에 따른 지원자의 폭증으로 심사위원들이 보다 고심한 한 해였다. 그로 인해 평가 기준이 예년과 달라졌다기보단 보다 더 강화되었다고 보는 게 옳겠다. 선정작은 호러의 공식이라 할 수 있는 금기와 이를 어긴 자의 죄책감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를 말끔하게 녹여낸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웹소설창작전공이 기대하는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자연스러운 활용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였다.(웹소설창작전공 H교수)

 ❚ 우체통에 사진을 넣으면 사람이 사라진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과 연출이 상당히 긴장감 있게 진행된 것이 특징적이었다. 치매가 있는 할머니의 사진을 넣어 삭제시키려고 했다가, 할머니가 손주인 자신의 사진을 넣는 바람에 우체통에 갇혀 버린 상황은 여러 가지 감정이 중첩되어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삭제되어 버린 세계와 현실의 경계선에 걸쳐 버리게 된 주인공의 절망이 여실히 느껴졌다. 부서져 버린 우체통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져 이야기의 여운이 더 깊게 남았다.(웹소설창작전공 K교수) 

➡️ 2024학년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입시 안내 

정리 : 조희정(웹소설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