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2학기, 웹소설창작전공에 좋은 소식이 많다. 그중 최고는 역시 학생들의 데뷔 소식! 올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데뷔작을 공개했거나 공개할 예정인 세 사람을 학생이 아닌 작가로서 만나보았다. 퍼센티지 작가, 방울뱀 작가, 마지막으로 12월 런칭을 앞둔 화생방 작가. 막 데뷔한 신인 작가님들에게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는 비결과 그들에게 창작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2023년 예비 후배인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Q.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퍼센티지 작가(이하 퍼)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가 ‘퍼센티지’라고 합니다. 필명은 동료 작가가 지어줬습니다. 백분율의 그 퍼센티지가 맞습니다. 현재 졸업을 앞둔 3학년입니다.
방울뱀 작가(이하 방) : 대박 작가를 꿈꾸는 21학번 정미르입니다. 필명은 ‘방울뱀’입니다.
화생방 작가(이하 화) : 만나서 반갑습니다! 곧 졸업을 앞둔 ‘화생방’입니다. 필명은 이렇지만 로맨스를 쓰고 있습니다. (ㅎㅎ)
Q. 작가 데뷔 축하드립니다! 작품 소개(를 가장한 자랑) 해주세요.
퍼 : 감사합니다. 저는 성인 로맨스물인 ‘타이 잇 업(tie it up)’으로 데뷔했습니다. 전자책이고 단권 시리즈로 현재 1권은 리디북스, 예스24, 알라딘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 로맨스라서 성인 인증 꼭 하셔야 합니다. (웃음) 주요 소재는 BDSM으로, 소꿉친구인 SM 성향의 여자와 성향이 없는 남자의 로맨스입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미리보기로 먼저 맛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방 : 장르는 중세 판타지, 네이버 시리즈 연재 중이고, 제목은 <마법 제국의 역대급 천재 기사>입니다. 마법사들이 귀족 계급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세계관에서, 대귀족이자 대마법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정작 마법은 못 쓰는 주인공이 검술로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화 : 와! 자랑이라니! 감사합니다! 저는 데뷔 ‘예정’ 작가이지만, 런칭 확정되었기 때문에 마음껏 자랑하겠습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로맨스 판타지로 <북부 대공의 남편이 살림을 너무 잘함> 이라는 작품으로 12월 8일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제국 유일무이한 ‘여자’ 북부 대공과 그녀의 남편인 ‘의사’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지지고 볶는 이야기입니다. 북부 대공이 전쟁만 할 줄 알지 영지 운영과 살림엔 하~나도 관심이 없어서, 남편이 다 하거든요. 하지만 살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재일 뿐이지 주제는 아니기 때문이죠. (ㅎㅎ) 궁금하시다면 12월 8일! 기억해주세요!

Q. 데뷔작 반응이 궁금합니다. 두근두근.
퍼 : 좋았습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소재 중 하나가 BDSM인데, 입문자용에 맞춰 써서 소프트합니다. ‘편하고 가볍게 읽기 좋다’는 평을 받았는데,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라 기분 좋았습니다.
방 : 현재 시리즈 무료 연재 란에서 10위 초반을 지키고 있습니다. 같은 날에 올라온 작품 중 조회수도 괜찮은 편입니다. 별점 테러를 받지 않아 별점도 양호하고, 댓글 반응도 좋습니다. ‘연참기원’이나 ‘너무 빨리 발견했다’ 같은 댓글이 달리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화 : 아직 런칭 예정이라 독자분들을 만나 뵙진 못해(ㅎㅎ…) 많이 떨리네요. 신인인데 정말 감사하게도! 카카오페이지 심사 통과와 런칭 확정을 받았습니다. 동기들이 많이 축하해줬어요.
Q. 작품의 탄생 과정이 궁금해요.
퍼 : 예전에 알바했던 곳 중 하나가 성인용품점이었습니다. SM 용품 전문점이라, 전문가용 용품부터 성향자 손님들을 대하는 에티켓, 그리고 관련 용어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시 반년 넘게 일했어요. 출판사 관계자와 이때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소재가 되었습니다.
방 : 1학년 때 <장르 공간 워크숍> 수업에서 핍진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혈통으로 힘을 물려받는 세상이라면, 사회적 계급이 아주 단단하게 굳어져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의 <나 죽고 혁명해라>라는 작품에서 ‘마나를 머금은 푸른 피’라는 설정을 참고했고, 그러면서 푸른 피가 흐르는 마법사들이 지배하는 세계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세계관에서 제일 이질적이고 인상적일 주인공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천재 기사가 되었습니다.
화 : 저는 주로 대중교통을 타다가 소재가 불쑥 떠오르곤 하는데요. 버스에서 문득 생각이 났던 것 같아요. ‘요새 북부 대공이 유행이던데, 왜 다 남자지? 여자 북부대공은 없나? 근데, 대공이면 군인인 거고… 살림을 잘할까?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바쁠 텐데? 어, 그럼 남편이 살림을 잘한다면?’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전, 자부심이 있어서 이 작품이 계약까지는 일단 갈 거로 생각했답니다! (ㅎㅎ)

Q. 첫 작품은 늘 시행착오나 어려움이 있을 법 한데, 작가님들은 어떠셨나요?
퍼 : 시행착오가 있습니다. 쓰다가 어느 순간 텐션이 확 죽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기승전결로 말하자면 ‘기’를 쓸 때만 해도 신나서 재밌게 쓰다가, ‘승’에서 ‘전’으로 갈수록 지쳐갑니다. 아무래도 수위 장면을 계속 쓰다 보니 텐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작품 일정 또한 타이트해서, 정말 골방에 들어간 것처럼 방에 틀어박혀 썼습니다. 하루에 만 자 이상은 썼는데, 그중 절반이 수위 장면이다? 그런데 야하지 않다? 그럼 다시 써야 했던 과정과 죽어가는 텐션을 끌어올리는 게 어려웠습니다. 다른 작품으로 보면서 환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 : 좋은 담당자님이 장점을 명확하게 짚어 주신 덕에, 초반부터 컨셉과 루틴을 분명하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정작 제가 천재 캐릭터에 익숙하지 않아 주인공의 특별함을 묘사하는 게 힘들었지만, 검술 천재들이 나오는 작품을 여럿 읽어 보며 감을 잡았습니다.
화 : 어려움은 매번 찾아왔습니다. 저는 ‘5’ 단위로 편수가 막혔어요. 5화, 15화, 25화… 저만의 징크스라고 볼 수 있겠네요. (ㅠㅠ) 저는 제 작품에 애정이 아주 큰 편이라, 계약 전 무작정 무료 연재부터 시작했어요. 그 탓에 우다다 당일치기로 마감해보기도 하고, 소수지만 처음으로 독자 반응을 보기도 했어요. 비축분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고요. (ㅎㅎ) 외에도, 플랫폼 심사에 한 번 떨어져서 번아웃을 겪기도 했습니다. 번아웃 진짜 무서워요!
Q. 좀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퍼 : 감사하게도 있습니다. 독자분들의 반응 덕분에 ‘타이 잇 업’ 세계관 시리즈로 진행 중입니다.
방 : 11월 15일에 리디북스에서 <폭군의 망나니 오빠로 사는 법>을 런칭합니다. 이 두 작품을 끝내면 모험 서사 무협물이나 아카데미물을 써 볼 생각입니다.
화 : 아직은 없습니다! 첫 작품이기 때문에 무사히 마무리만 잘 짓고 싶어요!
Q. 세 분 다 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쭉 느껴왔습니다. 작가님들에게 ‘글’과 ‘작가’란 어떤 의미인가요?
퍼 : 저는 글이란 욕망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작가는 그 수단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욕망을 해소하는데 이게 수입이 된다면?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표출하는 욕망, 즉 섹슈얼한 상상의 나래를 독자가 맛보고 함께 ‘아, 맛있다.’ 그러니까, ‘달달한데 진짜 야하다’, ‘어두운데 진짜 야하다’, ‘아무튼 야하다’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작가로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증거가 <타이 잇 업>이 되어주었습니다. (웃음) 덕분에 차기작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좋은 첫 성공이라고 봅니다.
방 : 일차적으로는 밥벌이 수단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제 글로 먹고사는, 이른바 ‘글먹’을 가장 간절히 바라 왔으니까요.
조금 더 생각하고 답해보자면, 글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가도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작가로 사는 이유는, 자기효능감을 최대로 누리기 위함이겠네요.
화 :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내 글을 통해 독자가 무얼 느꼈으면 하는가?’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답은, 처음 글을 썼을 때 내가 느낀 재미, 그것을 통해서 독자가 ‘재밌었다. 재밌게 읽었으니 나도 이 등장인물들처럼 내일도 힘차게 살아가야지!’라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중심축입니다.
Q. 청강 웹소설창작전공은 이제 막 4년 차가 된 신생 학과입니다. 입학 당시 정보가 부족했을 텐데, 그럼에도 이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퍼 : 이유는 제법 간단한데. 스낵컬처를 좋아합니다. 가볍게, 시간 오래 걸리지 않고, 읽고 후련하게 덮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성인물을 쓴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쓰는 성인물 소설은 일단 그렇습니다. 그게 웹소설이었고, 청강 웹소설창작전공에서 이론부터 배워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방 : 소거법으로 찾았습니다. 문창과 중에서 웹소설을 가르쳐 준다는 곳을 고르고, 그중에서 평가가 괜찮은 곳을 추렸습니다. 전문대라는 점이 오히려 가점 요소였습니다. 대학 정원보다 고3이 적어진 시대에 전문대로 살아남았다는 건, 기술 하나는 확실히 잘 가르쳐 준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웹툰 쪽으로 명문인 만큼 그 노하우가 교내에서 공유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인 부분은 홈페이지였습니다. 제가 본 문창과가 있는 대학 홈페이지는 대부분 올드한 분위기였지만, 청강대의 홈페이지는 웰메이드 모바일 게임의 UI를 보는 듯 세련미가 있었습니다. 웹소설을 가르쳐 줄 ‘젊은 대학’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화 : 순수문학 입시를 준비했는데, 저랑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ㅠㅠ) 쓸 때는 안 맞고, 읽으면 재밌고… 정말 글이란 건 아리송하죠! 그러던 와중에 ‘글 쓰는 건 재밌는데, 나랑 맞는 학과가 있을까?’ 하다가 찾은 곳이 바로 청강 웹소설창작전공이었습니다. 그리고 선택의 후회는 없어요! 너무 잘 맞았고, 계약에 곧 런칭 예정까지 왔으니까요! (*^^*)
Q. 2023 웹소설창작전공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퍼 : 작가를 준비하신다면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불리고 싶은지 한 번쯤 생각해두시는 걸 추천합니다. ‘퍼센티지’라는 창작자로서 가진 저의 소신은 ‘어쨌든 야하다’, ‘야한데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을 쓴다’라는 평을 받는 작가입니다.
방 : 좋아하는 장르를 많이 읽고 또 많이 쓰시기를 바랍니다. 직접 써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화 : 음. 어디서든 항상 말씀드리지만, ‘많이 읽고 쓰고 보고 느끼고’라는 건 지겹도록 들으실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잠, 환기, 식사를 꼭!!! 챙기라고 당부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지금도 여전히 챙기려고 노력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해요. 무조건 조금이라도 주무시고, 산책하시거나, 식사를 가볍게라도 챙기세요! 창작에 있어서 건강은 중요합니다!!!
Q. 인터뷰 감사합니다! 곧 다른 작품으로 다시 인터뷰하게 될 거란 강한 예감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나의 10년 뒤’는 무엇인가요?
퍼 : 여전히 골방에 틀어박혀 성인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지… (웃음) 그땐 제법 많은 ‘퍼센티지’ 작가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제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 : 한참 물이 오른 인기 웹소설 작가가 되어 글 쓰는 맛에 빠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 : 로맨스 작품을 여럿 냈으면 좋겠어요. 사랑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가라면 더 좋고요. 지금 런칭 예정인 작품도 대공과 남편이 사랑’만’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거든요. 저는 사랑을 통해서, 이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꾸준히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작가로서 독자에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은 원동력을 전달하고 싶어요! 22년도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모두 한 해 마무리까지 힘차게 달려보도록 해요! 저도 힘내겠습니다! 감사해요!
인터뷰 및 정리 박세림(웹소설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