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추석 연휴를 맞춰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올라온 드라마 수리남. 그 인기가 상당한지 월드 랭킹에서도 상위권 순위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인 수리남에서 홍어 사업을 하기 위해 날아간 강인구가 목사이자 마약왕인 정요한과 얽히면서 일어나는 잠입 활극을 담고 있다. 자신의 홍어 사업을 망치고, 친구까지 죽인 정요한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인구는 국정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마약 브로커로 위장한 뒤 조직에 잠입한다. ‘평범한 수산업자가 이런 일을 한다고?’라며 놀랄 수 있지만, 이 드라마는 실화 바탕이다. 전요한은 조봉행이라는 인물을, 강인구는 ‘K’라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실제 상황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내용도 많아 오히려 순화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누아르’라는 장르적 특성을 제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을 배경으로 삼는 누아르 장르, 그중에서도 마약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미국권에서 상당히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나 수리남을 제작한 넷플릭스의 경우 콜롬비아 마약 조직을 배경으로 한 ‘나르코스’ 시리즈를 만들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적도 있다. 또한 평범한 화학 선생이 암에 걸린 뒤 마약을 만들어 돈을 벌고자 하는 내용인 ‘브레이킹 베드’ 역시 흥행과 재미 요소를 모두 갖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워낙 마약 문제가 심각해 이런 마약 소재의 콘텐츠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마약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관련 콘텐츠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수리남은 이런 마약 소재의 누아르 장르를 윤종빈 감독이 한국적인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강인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잃고 동생들을 맡아 키우면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해온 인물이다. 결혼 후에는 자식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90년대의 아버지 상을 그대로 압축해 놓은 듯한 캐릭터다. 그런 인물이 우연히 수리남에 가서 마약상과 얽혔다가 복수를 위해 국정원과 협력을 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스토리만 보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데, 막상 드라마를 보며 아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직관적으로 쏙쏙 들어온다.
장르물일 경우 그 장르에서 통용되는 법칙과 클리셰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몰입감이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수리남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이 편안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결말까지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었기에 주인공인 강인구에게 몰입하여 악역인 전요한 목사의 최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기대감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누아르 장르와 범죄물, 잠입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리남 시즌2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선민(웹소설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