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은 학생의 입시 후기
내 인생 첫 글은 팬픽이었다. 초등학교에서 고수위의 팬픽을 쓸 줄 아는 건 나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돌려 읽고, 소정의 현물과 교환하는 게 즐거웠다. 당시 카카오스토리에서 인기 있었던 카스썰을 써보라는 권유로 계정을 만들어 연재했었고, 인기가 많아져 블로그로 플랫폼을 옮겼다. 텍스트파일로 만들어 공유하고, 어린 나이에 제법 인기를 맛봤다. 달았다. 이걸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팬픽 플랫폼은 여러 방식으로 발전해갔고, 그에 맞춰 사람을 바꿔가며 글을 썼다. 내가 주로 쓰던 건 노란장판물*(핍진한 삶을 배경으로 쓰는 장르)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고수위였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글을 쓰던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더욱더 자극적이게 쓰는 방법을 깨달았다. 내 삶이 고됐기 때문이었다. 팬픽에도 나의 현실이 반영된다는 걸 당시에는 몰랐다. 팬픽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순문학만이 그런 것이라고, 팬픽같이 저급하고 음지의 글은 깊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나 좋아하고 행복해하며 글을 쓸 땐 언제고, 그런 마음이 항상 가득 차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진학하자 진로가 고민됐다. 나는 포스타입으로 팬픽을 올려 수익화에 성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진로가 될 거란 걸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순문학 입시를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내가 쓸 줄 아는 건 자극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글뿐이었다. 당연히 백일장을 나가며 준비하던 친구들보다 더뎠고, 스타일도 달랐다. 어쩌다 운 좋게 입상해도 대입에는 쓸 수 없는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라는 꿈을 위해 문예창작과, 방송극작과, 영화과 등 할 수 있는 건 모조리 넣었다. 하지만 시제에 맞춰 진부한 글을 쓸수록 순문학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러던 중, 청강대에 먼저 진학한 학교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웹소설창작전공, 선배가 입학했을 땐 만들어진다는 소문만 무성했었다. 이제는 엄연한 학과로 자리 잡은 것을 본 뒤 나는 바로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에 원서를 넣었다. 그렇게 수시 2차에 합격했다.
비슷한 계열의 과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나는 거절하고 청강대에 재학 중이다. 현재 대학에서 가장 좋은 웹소설과 웹스토리텔링을 배울 수 있는 건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이 유일무이하다고 자신한다. 열정적이고 관심도가 높은 학우들의 분위기가 저절로 나를 글 쓰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동안 썼던 팬픽을 글과 재능으로 봐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나처럼 취미로 글을 쓰던 사람들도 망설이거나 주눅 들지 않고 웹소설창작전공에서 취미를 진로로, 더 나아가 미래 문화산업을 바꾸는 작품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학생의 후기 원본이며, 오탈자만 수정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