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C Tip] 2022학년도 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실기 우수작 리뷰①

이제 4기 신입생을 맞이한 웹소설창작전공의 입시 수준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여러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시놉시스를 작성해야 하는 실기 시험. 미리 주제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순발력과 오랫동안 쌓아온 내공이 번쩍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색깔이 극명하게 나뉘는 작품들이 눈에 띄어 인상적이었다.

그 중 완전히 다른 스타일, 다른 장르, 다른 문체를 보여준 두 실기 우수작을 CKMC 7월호와 8월호를 통해 만나보자. (오탈자는 편집자가 교정했습니다)

실기 주제 : 미지의 신호

바다의 표면과 하늘이 맞닿는 표면으론 일렁이며 반짝이는 햇살이 한껏 나부꼈다. 그 아래, 짧은 몸통 밑으론 곧바로 길게 이어져,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비늘. 그리고 커다란 날개처럼 나풀거리는 지느러미가 물속을 가르며 유영하고 있었다. 리는 자기 얼굴 위로 떨어지는 물의 표면 위, 햇살 조각을 만끽하며 표면으로 슬쩍 손을 뻗어보았다. 천천히 뜬 눈동자 속에는 어렴풋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태양이 반짝였다. 아, 뭍으로 올라가고 싶다. 모든 인어가 저마다 헤엄치며 바닷속의 일상을 만끽할 때, 리만은 뭍을 선망했다. 리는 미지의 신호를 받은 유일한 여자 인어였다.

미지의 신호. 인어들에게서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 일 년에 단 한 번. 미지의 신호를 받은 인어는 뭍으로 올라가 일 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인간과의 교류를 쌓고, 인어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 약품, 여러 의식주에 관련된 일들을 해결해왔다. 이 미지의 신호를 받는 인어는 오직 남자 인어뿐이었다는데, 리가 신호를 받자 인어들은 사실을 모른 채 했다. 리는 매일 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오징어들을 바라봤다. 깜깜한 바다 표면을 간드러진 빛으로 반짝이게 채운 것은 오징어잡이 배였다. 오징어들은 리가 뭍을 갈망하듯, 빛을 갈망하며 열 개의 다리를 오므렸다 펼치며 표면으로, 빛으로, 뭍을 향해 헤엄쳐갔다. 순간, 리는 어떠한 충동에 휩싸여 바위 뒤에서 지느러미를 널찍하게 펼쳤다. 큰 꼬릿짓으로 허공을 가르자, 작고 동그란 물거품들이 뻐끔거리며 리의 주변을 감싸 올라가기 시작했다. 힘차게 뻗은 꼬릿짓에 리의 손끝이 일렁이는 표면에 닿으려는 차, 리의 몸통을 낚아챈 것은 다름이 아닌, 그녀의 친구 엔이었다.

엔은 작년, 뭍을 나갔다 온 남자 인어였다. 너 미쳤어? 엔의 걱정과 신경질이 덕지덕지 묻은 투에 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서서히 눈을 감았다. 미지의 신호를 받은 뒤로 뭍으로 올라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빛을 쫓는 오징어들을 이해하게 된 기분이야. 리의 머릿결이 물속에서 살랑이며 나부꼈다. 리와 엔의 주변으로는 여전히 빛을 쫓아 올라가는 오징어들이 헤엄쳤다. 엔의 한숨 섞인 목소리에 뽀글거리는 소리가 함께 울렸다. 내가 매일 뭍이 어땠는지 말해주잖아. 그리고 애초에, 미지의 신호를 받은 거 맞아? 넌 여자잖아.

리는 엔의 말에 속에서 커다란 파도가 치듯 일렁이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매일 듣는 거랑, 직접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다른 일이었다. 미지의 신호를 받은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닌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부정당하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넌 여자니까 뭍으로 올라가면 안 돼. 넌 여자니까 신호를 받을 수 없었을 거야, 착각이겠지. 부정당한 모든 날 속 성게처럼 가시 돋힌 말들이 리를 쿡쿡 찔러왔다. 리는 몸부림치며 빠른 속도로 바닷속을 가르며 헤엄쳤다. 커다란 지느러미가 살랑이며 물결을 가르고, 주변으론 공기 방울들이 빛에 비쳐 하염없이 반짝거렸다. 순간, 강한 충동이 올라왔다. 혈관을 타고 용암이라도 흐르듯 주체할 수 없이 저 빛으로, 빛이 있는 뭍으로 향하고 싶었다. 리, 빛을 쫓아가세요. 마음껏 뛰고 숨 쉬며 하고 싶은 것을 해봐요. 리의 귓속으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흐드러졌다. 그것은 분명 미지의 신호의 목소리일 것이라고. 리는 확신할 수 있었다. 리는 미지의 신호를 향해 헤엄쳤다.

리는 천천히 유영하며 표면으로 향했다. 뭍을 향해 뻗은 손끝으로 점점 빛이 서려 내려앉기 시작했다. 리의 얼굴이 바다의 반짝이는 표면에 맞닿아 공기를 만났다. 맞닿은 얼굴의 눈동자 안으로 오징어잡이의 배에 달린 빛들이 스며 들어가며 물들였다. 처음 맞닿아 폐부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공기는 차디 차가웠고, 온몸을 씻겨줄 듯 시원했다. 꾸물거리던 지느러미는 공기와 맞닿자 서서히 선명하게 두 다리로 변해갔다. 미지의 신호를 찾아, 왜 하필 저인가요, 하는 물음을 찾아, 뭍을 향해 떠난 리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끝)


대칭되는 이미지와 직관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상징의 활용 등 무척이나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입시의 실기 고사에 고전적인 영웅담의 구조에 전복적인 성역할을 배치한 뒤 신체가 변형되며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딛는 결말을 넣은 그 치밀함에는 감탄만 나온다. 지원자의 다음 원고를 기대하게 만드는 실기작이었다. (웹소설창작전공 홍석인 교수님)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유혹하는 세이렌을 뒤집어, 오히려 인어가 미지의 존재에게 ‘신호’를 받아 뭍으로 향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했다. 빛을 향해 죽을 길로 향하는 오징어와 인어를 함께 보여주어 갈망의 끝은 결코 달콤하지 않을 거라는 복선, 남자 인어에게만 기회가 주어진 ‘신호’를 여자 인어가 받아 위험한 여정을 시작하는 결말부 등에서 스토리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엿보였다. (웹소설창작전공 박세림 교수님)

다음호에는 웹소설창작전공 실기 우수작 리뷰②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박세림(웹소설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