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무늬 작가입니다.
여러분, 작가가 되기 위해서 여기 입학한 거잖아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경쟁도 심하고 좀 더 안정적인 일을 부모님도 원하고 학생들도 예술보다는 미래가 보장된 직업을 택하곤 하는데, ‘글을 써야겠다, 글을 써서 내 이름을 알리고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청강대에 온 것만으로 대단한 용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 제가 강의할 주제는 프로 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려 해요.
여기서 순문학 써보신 분, 손 들어 보세요. (학생들 손 듦) 와, 아주 많네요. 문예창작과 가려다 이곳으로 오신 분. (학생들 손 듦) 정말 많네요. 지금은 내가 웹소설창작전공에 왔지만 순문학 등단도 생각하고 있다, 하시는 분. (학생들 손 듦) 등단까지 생각하시는군요. 저도 그랬어요. 저도 오랫동안 순문학을 썼어요. 그리고 (신춘문예에서) 많이 떨어졌어요. 제 이력을 보면 사람들이 ‘와, 신춘문학도 등단했대’라고들 놀라지만 제가 정말 순문학 하려고 노력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신춘문예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노란 봉투에 담아서 출판사에 보내는 생활을 15년 정도 했어요. 오랫동안 지원하고 떨어지고, 지원하고 떨어지는 걸 반복했죠. 그렇게 많은 실패를 겪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실패는 잘 몰라요. 지금 보기엔 잘 됐으니까 지금만 보려 하죠.
웹소설 계로 다시 돌아오면, 남성향 웹소설은 최소 300편 정도 쓰시잖아요. 정말 잘나가는 작가들은 500편도 하고, 그 이상도 하고요. 저 또한 로맨스 계에서는 좋은 경력을 쌓았고, 어느 정도 기성작가라 할 정도로 수입이 쌓였어요. 그러나 순문학 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순문학 작가가 글 써서 한 달 200만 원 수입은 말도 안 되는 얘기에요. 판타지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도, 십 년 전에도 이십 년 전에도 같았어요. 다들 아르바이트하면서 글을 쓰죠. 그런데 웹소설을 쓰면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많은 대학생이 공시 준비를 몇 년씩 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웹소설 쪽으로 하면 훨씬 더 성공할 거라고 확신해요. 왜냐면 웹소설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네이버에서 일본 플랫폼을 인수하기도 하는 등 거대 플랫폼에서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웹소설 잘 되면 무엇으로 이어지죠? 웹툰으로 나오잖아요. 제 경우에도 작품 6개가 완결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웹툰으로 나왔고 하나는 웹툰 제작 중이에요. 그러나 작품이 잘 되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웹툰으로, 그 이상의 콘텐츠가 되어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거죠.
순문학 쓰다가 웹소설 계로 오시는 분들도 정말 많아요. 우리 학생들도 순문학과 웹소설 동시에 쓰는 분들도 있고, 아니면 순문학 쓰다가 웹소설로 넘어온 학생들도 있단 말이죠. 저는 가장 큰 차이는 상업성이라 생각해요. 순문학 스타 작가 몇 분 계시죠. 아주 유명한 분 중에 첫 작품집이 대박이 난 분이 있어요. 베스트셀러가 되고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번 전설 같은 분이 있어요. 서점과 도서관에 현수막 걸리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그 분이 그 작품집으로 얼마나 벌었을까요? 1억이에요.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박 난 작품이 1억인 겁니다. 그 얘길 듣고 저는 ‘그 정도면 얼마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일동 웃음) 얼마 전 어떤 자리에서 갔는데, 그곳에 오늘 막 세계문학상 당선을 안 분이 계셨어요. 세계문학상이라면 우리나라 문학 장편소설 중에서 상금이 많이 센 곳 중 하나예요. 상금이 얼마인 줄 아세요? 5천만 원이에요.
이렇게 스스로 실력을 쌓고 꾸준히 노력하고 어느 정도 생산성을 만들면 수익은 나중에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수예요. 그래서 오늘은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나를 알기’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첫 번째. ‘나를 알기’입니다. 일단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해요.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다, 또는 다른 업계 작가가 되고 싶다’ 같은 직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작가로서, 어떤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자기 능력을 모르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모르고, 자기가 어떤 걸 잘 쓸 수 있는지 모르고 어느 곳에 가도 길을 제대로 못 잡을 수 있어요. “요즘은 현로가 인기래, 그럼 현로 써야지. 아니, 게임판타지가 인기래. 그럼 또 게임판타지 써.”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웹소설 장르는 각기 다 색깔이 다르고 독자층도 달라서, 한 장르만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게다가 유행도 자주 바뀌고 호흡도 아주 길게 써야 한단 말이죠. 물론 호흡 짧은 것도 있죠. 19금. (웃음) 그런 19금 아니면 최소한 백 편 이상의 장편을 써야 해요. 그런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뭘 잘 쓰는지도 모르고 백 편을 쓴다? 그건 진짜 말도 안 돼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나를 알기’ = 나의 욕망 알기
이런 이유로 작가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지금작’병이에요. 지금 쓰는 작품이 있어요. 그런데 너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예요. 대박 날 것 같아. 그래서 바로 작품으로 써요. 초반은 너무 재밌죠. 캐릭터 나오고 설정 풀면 너무 재밌어요. 그런데 50화 넘어가면서 지루해지고 갈등 쌓아야 하는 때가 오면 또 새 작품 쓰고 싶어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병이에요. 그 정도로 호흡을 유지하는 게 몹시 어려워요. 장편을 쓴다는 게요. 자기가 잘하는 게 뭔지 모르면 장편을 쓸 수 없는 거죠. 웹소설에서 프로작가가 되려면, 자기가 잘하는 걸 깨닫고 그걸 완결까지 끌어갈 수 있는 자기만의 호흡을 찾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쓰다가 멈춰요. 50회 쓰고 말거나, 시놉시스와 10회 쓰고 말거나. 왜냐면 투고에서 떨어졌으니까. 공모전도 25편까지 내는 곳도 요즘 많죠. 네이버 공모전의 경우 최고 50편 써야 하잖아요. 제가 정말 많이 하는 말은, ‘완결이 돈이 된다’입니다. 미완결작은 결국 0원이에요. 그러나 완결작은 어떻게든 돈이 돼요.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계속 써야 해요. 중단하지 않고, 완결까지 이야기를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그 이야기가 내 안에 있느냐, 그 이야기에 내가 좋아하고, 그 캐릭터에 내가 몰입했느냐, 가 아주 중요합니다.
욕망과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제가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라는 책을 썼는데, ‘먹고 살기’가 그만큼 중요해요. 물론 예술할 수 있죠. 작품성도 중요합니다. 저는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직업 그리고 밥벌이도 중요하다고 봐요. 저는 40만 원짜리 월세 살면서 컵라면만 먹어가며 예술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저는 대형세단 타고, 일 년에 몇 번 해외여행 다니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그런 삶을 원하죠. 제가 DC 갤러리에 가서 ‘빵무늬’ 관련글 찾아본단 말이에요. (일동 웃음) 다 알아요. 재밌게 찾아보고 있어요. 문학계에서도 정무늬 작품에 관한 이야기 돌아요. 웹소설갤러리에서도 저에 대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재밌어요. 그들은 대부분 지망생이잖아요. 그곳에서 남성향(소설작가 지망생)과 여성향(소설작가 지망생)이 서로를 약간 비아냥거리거나 조롱하고 깎아내리는 경우를 많이 봐요. 저는 그런 모든 대화가 재밌고, 사실 귀여워요. (일동 웃음) 왜냐면 그분들은 저처럼 벌지 못하잖아요. 그분들은 키보드 앞에 앉아서 신세 한탄하면서 ‘빵무늬 같은 사람도 되는데, 나는 왜 안 되지?’ 하는 거죠. 저는 그 시간을 다 보냈고, 그런 상태로 그 대화를 보기 때문에 그들의 비아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다 알거든요. 사실 그분들은 자기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요. 문학 하시는 분들은 자기 작품으로 돈 많이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어 해요. 누구나 그런 욕망이 있어요. 그리고 웹소설 작가들도 작품성과 예술성 인정 받고 싶고 한 사람의 작가로 인정받고 싶어요. 양판소처럼 찍어내는 작품으로 소비되는 것도 좋지만, 나라는 브랜드로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요. 그러니, 자신의 욕망을 알아야 해요. 욕망이 나쁜 게 아니에요. 당연한 욕망이에요. 그 욕망을 정확히 아는 것은, 내가 어떤 장르를 좋아하고 어떤 장르를 써야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연결되죠. ‘내가 2년 안에 네이버 시리즈에 들어가서 고료 5천만 원을 받아야겠다.’라는 욕망이 있다고 쳐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그 목표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지금 내가 하는 습작에 필사적일 수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욕망도 인정해줄 줄 알아야 해요. 순문학계 분들이 웹소설 작가를 약간 낮춰 보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등단했을 때, 이미 저는 웹소설 계에서 밥벌이하는 상태였어요. 세계문학상 등단 후 몇몇 선생님들께 등단 소식을 알렸어요. 그럼 그분들 하시는 말씀이 “그래, 그럼 이제 ‘그런 거’ 쓰지 말고 집중해야지.’라고 하세요. (일동 웃음) ‘그런 거’ 쓰지 말라고요. 웹소설은 순문학 작가들에게 아직은 ‘그런 거’인 거죠. 그게 벌써 2년 전 일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이 업계가 잘 된다는 걸 알고 순문학 작가들도 궁금해해요. 출판계는 오랫동안 위기였는데, 웹소설 시장은 계속 돈을 벌고 시장이 확장되고 세계권으로 확장되는 걸 보니, 순문학 작가분들도 충격을 받고 이게 무슨 일인지 혼란스러운 거예요. 등단작가들도 “왜 웹소설 안 쓰세요? 그걸 쓰면 잘 산다는데.”라는 말을 들어요. 그런데 그들이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예요. 문단문학과 웹소설은 사용하는 뇌, 글 쓰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여기 학생 중에서도 두 장르를 써보신 분들 분명 많을 거고, 이중엔 ‘그래도 순문학이지’라고 생각하는 분들 분명히 있을 거예요. (웃음) 웹소설을 구상하고 투고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 공모전 연재를 하는 과정과 순문학을 써서 등단 등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은 생각의 흐름과 속도, 사용하는 어휘도 달라요. 저 또한 두 개를 같이는 못 해요. 이번 달 초에 212화짜리 로판 웹소설 연재를 끝냈어요. 저는 원래 웹소설 연재를 하다가 끝나면, 순문학 작업을 하고, 그게 끝나면 다시 웹소설 연재를 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올해에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왜냐면 제가 인세를 제일 못 번 시기가 바로 2020년이에요. 그때 등단하고 순문학을 열심히 썼거든요. 그러니 다른 시기보다 웹소설 작업을 적게 했단 말이죠. 그러니 수입이 많이 줄어버린 거죠.
웹소설 작업을 1~2년 하다 보면, 내가 한 달에 쓸 수 있는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돼요. 저는 한 달에 30편 정도를 기본으로 써요. 5천 자 기준으로요. 만약 제가 한 달에 천만 원을 인세로 번다고 쳐봐요. 그런데 내가 순문학 작업을 하면 한 달에 10편밖에 못 쓰게 되는 거죠. 그러면 수익이 1/3 정도로 적어지는 거죠. 물론 순문학을 쓰고자 하는 욕망도 중요하죠. 그래서 자기 욕망을 잘 파악해야 해요. ‘내가 작품과 예술성으로 인정받을 것인가, 아니면 작품, 예술에 더해서 상업성까지 얻고 싶다.’라고 생각했다면 거기서부터 문제인 거예요. (웃음) 그게 함정이에요. (여러분이)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
두 번째 ‘나를 믿기’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첫 번째. ‘나를 알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나를 믿기’입니다.
예체능을 하시는 분들은 재능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어요. (학생1 지목) 학생,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1 : 네) (일동 웃음) (학생2 지목) 학생은요? (학생2 : 네) 오, 좋아요. 저는 여러분들이 여기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다고 100% 있다고 믿어요. 왜냐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작품 쓸 생각을 안 해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여기 앉아있는 분들은 ‘아, 이 정도면 나도 쓰겠는데?’ (일동 웃음) 같은 생각 한 번쯤은 하셨을 거예요. ‘이런 이야기는 내가 잘 쓸 수 있는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하셨다면 그것만으로 재능이 있는 거죠.
그런데 ‘나의 재능’은 안개 같아요. 보이지 않아요. 입자가 작아서 흐릿해요. 그러나 ‘남의 재능’은 태양 같아요. 하루에 여덟 편씩 쓰는 작가도 봤어요. 5천 자를요. 가능해요? (일동 웃음) 그렇게 남의 재능은 커 보여요. 다른 사람의 성공은 다 재능 때문인 것 같아요. 내 재능은 하찮아 보이고요.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겸손을 배워요. 다 재능이 있는데 억눌려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세상엔 재능 있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똑같은 과정, 다른 결과’ 왜일까?
떡볶이 맛집을 가보세요. 맛있죠. 그러다 망해가는 떡볶이집도 가보세요. 거기도 맛있어요. 같은 식으로 망한 작품, 안 팔리는 작품도 재밌어요. 그들도 마찬가지로 재능이 있으니까요. 재능 있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그중 성공하는 사람, 목표에 다다르는 사람은 소수인 거죠. 그건 왜일까요? 저는 미대 서양학과 나왔어요. 학교 다닐 때 재능있는 친구들, 유학 다녀온 친구들 많아요. 예고와 미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친구들 많아요. 그런데 그중 지금까지 작품활동 하는 친구는 많지 않아요. 반짝이는 재능을 가졌고 누구보다 노력했는데 왜 지금은 꿈을 이루지 못했을까? 이유가 뭘까?
누구나 실패는 한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첫 번째 이유는, 실패했을 때 그 자리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그걸 딛고 다시 올라가는가 차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든 실패의 시기는 와요. 고꾸라지는 시기는 와요. 아무리 재능이 커도 언젠가 한 번은 큰코다쳐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건 부럽죠. (일동 웃음) 누구든 고꾸라지는 시기는 온다는 거죠.
저는 첫 작품이 운이 좋아서 카카페에서 지원도 많이 받고 굉장히 잘 됐어요. 그때 저는 ‘역시 내 재능, 내가 성공했다’라고 생각했죠. (일동 웃음) 그러다 두 번째 작품은 유명한 플랫폼에서 다 까였어요. 스스로 한심했죠. 그런데 이런 때, ‘그래,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내 길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번 더 해볼까?’, ‘아니야. 세상이 날 몰라주는 거야. 될 때까지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해도, 실패했을 때 ‘다시 써볼까’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좌절하고 무너져도 돼요. 그래도 시간 지나면 일어서야 하는 거예요. 다시 써야 하는 거죠. 이걸 못하면 어느 장르를 쓰든, 남성향을 쓰든 여성향을 쓰든, 순문학을 하든 웹소설을 하든, 이걸 못하면 실패에서 멈추면 아무것도 못 해요. 그런 사람은 다른 일을 하게 될 거예요.
누구나 재능은 있다. 그러나 ‘꾸준히’ 하는가?
두 번째 이유는, ‘꾸준히 하는가’예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에요. 자기만의 (작업)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하는 거요. ‘프로작가,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면 나를 믿어라.’라고 멋지게만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루틴을 만드는 거예요. 이게 있다면 어느 장르에서도 성공할 수 있어요. 너무나 간단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꾸준히 하는 것도 기술이 있어요.
여러분이 쓴 글이 투고에서 다 떨어졌다고 칩시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썼는데도요. 연재를 시작했어도 조회수 0일 수도 있고요. 그럼 내 자식이 밖에서 욕먹고 다니는 것처럼 우울하죠. ‘빵무늬가 분명 완결까지 쓰랬는데, 조회수는 10이라니. 어떡해야 해? 어떻게 완결까지 써?’라는 생각할 수 있어요. 이때 포기하지 않고 ‘이걸 가지고 다시 어떻게 해볼까? 다른 이야기를 또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도 바로 루틴이에요. 왜냐면 루틴은 습관이거든요.
신춘문예 발표는 늘 크리스마스 직전에 나요. 그래서 저는 10년 넘게 크리스마스가 지옥 같았어요. 왜냐면 내가 1년 동안 쓴 글이 다 망했다는 도장이 찍히는 시기가 바로 크리스마스니까.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서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제가 루틴을 가졌기 때문이었어요. 왜냐면 저는 글 작업을 하기 위해 하루 루틴을 짜거든요.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어떤 나쁜 일이 있어도 여기(책상)로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회복탄력성이라고 하죠. 루틴을 계속 유지하다 보면, 버티다 보면 심리적으로 좌절하는 일이 생겨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돼요.
책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힘 : 루틴
그렇다면 이 루틴을 어떻게 짜느냐.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두 시간 동안 5천 자를 써요. 어떤 사람은 8시간 동안 5천 자를 쓰죠. 전업 웹소설 작가라면 한 달에 기본으로 30편 정도는 써요. 이것도 쓰다 보면 늘어요. 전 처음 웹소설을 썼을 때, 이틀에 2천 자도 못 썼어요. 온 종일 썼는데도요. 그래서 웹소설 쓰려는 분들은 5천 자를 쓰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그 시간을 알아둬야 해요. 그걸 생각하고 써야 해요. 그래야 루틴을 만들 수 있어요.
제 루틴은 어떠냐면, 아침 11시~12시쯤 일어나요. 그럼 뭘 할까요? 핸드폰을 봐요. (일동 웃음) 유튜브도 보고, 커뮤도 보는 거죠. 그러다 1시쯤 작업실에 들어가요. 두 시간이면 한 편 정도 써요. 빨리 쓰면 70분에 한 편이 나오기도 해요. 그렇게 한 편 쓰면 놀아요. (일동 웃음) 그럼 3시쯤이죠.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도서관도 가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 7시쯤 또 작업을 하고, 두 시간 동안 또 한 편을 써요. 더 쓸 수도 있고. 보통 9시에 끝나서 저녁 식사를 하죠. 그리고 또 노는 시간을 가져요. 이게 저의 루틴이에요. 훌륭하죠. 이렇게 일하고 한 달에 천만 원씩 벌어요. 물론 그렇게 못 벌 때도 있어요.
잠깐 인세 이야기를 하자면 제 첫 작품이 좀 이상한 경우에요. 지금도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인세가 들어와요. 원래는 작품 런칭하고 그 해 벌이가 많이 나오고 그 뒤 해부터는 잘 안 나오거든요. 근데 첫 작품이 2015년에 나왔는데 아직도 백만 원 내외로 인세가 들어오는 거죠. 그렇지만 저의 네 번째 작품은 이번 달 무려 4만 원이 들어왔어요. (일동 웃음) 이런 일도 있어요. 저는 총 여섯 작품이 깔려 있으니, 한 달에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인세가 있어요. 그래서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4~5시간 정도인데도 -물론 굉장히 중노동이긴 해요- 이 정도만 일하고도 충분히 여가생활을 누리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거죠. 이 모든 건 전부 루틴에서 나옵니다. 왜냐,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다 있어요. 데뷔작은 정말 기깔나게 쓸 수 있죠. 데뷔작이 대박 난 작가가 다음 작품도 대박 나느냐? 이건 어려워요. 웹소설 장르 시장에서 가장 특이하고 좋은 점은 신인이 데뷔작으로 기성작가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 고꾸라질 수도 있죠. 그만큼 역동적인 시장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한 작품만 하고 말 것 아니잖아요. 꾸준히 작품 활동하려면 이 루틴을 만들어서 꾸준히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세 번째 ‘나를 깨기’
프로작가가 되기 위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첫 번째 ‘나를 알기’, 두 번째 ‘나를 믿기’ 그리고 세 번째는 ‘나를 깨기’예요.
작가들은 스스로가 너무 소중하죠. 내 작품도 소중하고요. 나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이 너무 없어서 문제인 친구도 있고, 너무 많아서 문제인 친구도 있어요. 자신감 없는 친구들 특징이, 처음엔 그랬어도 작품을 쓰다 보면 점점 강해져요.
합평 받아보신 분! (학생들 손 듦) 합평 받고 나서 신나고 기분 좋은 적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칭찬 받으면. 하지만 대체로 지적 받고, 수정할 것만 늘어나죠. 우울해지는 거죠. 그런데 작가라면 작품 활동 내내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제가 O플랫폼에 정식 연재를 앞두고 있어요. O플랫폼에 실린다니 저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OOOO 저리 비켜! 제 2의 OOOO를 쓰겠다!” (일동 웃음) 그런데 문제는 그 플랫폼이 전체연령가라는 거예요. 초등학생도 클릭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 너무 수정 사항이 많은 거죠. ‘이건 너무 잔혹하고, 이건 너무 선정적이고.’ 저는 제가 잔인하고 야한 작품을 쓰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어요. (일동 웃음) 그렇다고 매니저님의 제안을 거절할 순 없어요. 그분은 전문가니까요. 제가 이 작품 첫 화만 다섯 번을 고쳤고, 시놉시스도 여러 번 고쳤어요. 어느 순간 너무 힘들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다시 고쳐서 썼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배웠고요.
저는 웹소설 시작 전에도 10년을 글 썼어요. 그런데도 매니저의 수정 요구, 독자의 반응 등에 매번 깨져요. 그렇게 자기를 깨고 무너뜨리고 거기서 다시 세울 줄 알아야 해요. 물론 쉽지 않아요. 어려워요.
제 경우는 전공이 글쓰기가 아니라 문예 창작 모임을 다녔어요. 모임의 선생님과 문우들에게 크리틱을 받았죠.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게, 본인은 못 쓰면서 남의 것만 비평만 잘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렇게 비판 같은 비평을 받을 때 입는 데미지가 그때 가장 컸어요. 그만큼 내 작품이 소중하니까. 저는 자기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작가가 발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요.
‘표절할까봐 글을 안 읽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지막으로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던 게, 여러분 웹소설 많이 읽으세요. 웹소설을 쓴다고 하면서 웹소설을 하나도 읽지 않는 사람 있어요. 실제로 많이 봤어요. 그런데 무조건 많이 읽는 게 중요할까요? 그것보다는 한 작품을 제대로 많이 읽는 게 중요해요. 웹소설 안 읽는 사람들의 이유가 뭘까요? (학생3 : 시간이 없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더 많이 나오는 이유가 있어요. (학생4 : 돈이 없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표절할까봐’ 예요. 이런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것인 양 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오히려 많이 읽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저 작품이 내 아이디어 표절했다’라고 많이 해요. 왜냐면 경험이 없으니까. 남의 걸 읽지 않으니까. 이미 많은 소재가 나왔는데, 본인이 읽질 않았으니 남들이 다 내걸 훔친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 많이 읽고 객관적인 눈을 갖고 분석해야 하는 거죠.
2. 정무늬 작가님과 함께 하는 Q&A

Q. 로판 빙의물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무협지에 빙의하는 무협로판도 나오더라고요. 최근 메이저로 떠오른다 싶은 로판 키워드가 있을까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최근 웹소설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정무늬 작가님(이하 정) : 요즘 이혼, 결혼 키워드 많아요. 왜일까요? 로맨스에서는 두 주인공이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같이 붙여 놔야 로맨스가 만들어지니까요. 한 명은 대학교수고 다른 한 명은 학생이라면 같은 공간에서 계속 부딪힐 수 있죠. 그런데 한 명은 작가고, 다른 한 명은 피아니스트라면? 작가는 집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만날 수가 없고 로맨스도 생길 수 없죠.
웹소설 트렌드는 뷰컴즈 뉴스레터가 있어요. 카카페, 네이버, 리디 등 키워드를 뽑아주는 뉴스레터가 있어요. 참고하시면 좋아요.
빙의 로판물의 트렌드가 계속 바뀐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회빙환은 오래된 트렌드기도 하지만 한동안은 유행이 지속될 거라 봐요. 회빙환이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어요. 회귀하기 전 전생이 있잖아요. 그러면 현재 시점에 갈등을 굳이 쌓을 필요가 있어요. 고구마를 보여줄 필요 없이 바로 사이다를 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회빙환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죠.
하지만 트렌드 피로도라는 게 있죠. 그런데 독자들은 ‘아, 또 빙의야? 또 계약 연애야?’라면서도 또 그게 아니면 클릭을 하지 않아요. 트렌드를 잘 알면서도 그걸 어떻게 자기만의 색깔로 차별성을 줄 것이냐, 이건 모든 기성작가의 고민이에요.
박세림 교수(이하 박) : 말씀하신 클리셰를 지키면서 차별점을 만드는 것, 가장 큰 관건이에요. 그 차별점을 만드는 작가님의 노하우나 소재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 :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 경우는 메모를 많이 해요. 조금이라도 특이하다 싶으면 무조건 적어놔요. 제 책에도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 따로 써놓기도 했어요. 모든 것을 적어놔야 해요. 사람은 다 잊어버리니까. 그걸 적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그걸 분류하고 자기 안에서 숙성시키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적어놓은 걸 보면서 여러 시각에서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불현듯 떠오르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번뜩이는 아이디어. 근데 그런 건 남이 다 썼을 가능성이 커요. 생각이 다 비슷비슷하니까요. 어떤 소재가 있다면, 그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썼지, 하고 찾아봐야 해요.
제가 이번에 복수물을 써요. 그래서 복수 키워드가 들어간 작품은 다 읽고 있어요. 그걸 다 읽어야 다른 작품을 따라 했다는 소리 안 들으면서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기존의 것을 알아야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박 : 말씀하신 부분에서 연계된 질문인데요. ‘웹소설을 제발 많이 읽어라.’라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뭐부터 읽어야 하지? 어떻게 골라야 하지?’라는 고민이 있어요. 나에게 잘 맞는 또는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을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 : 제 경우는 순문학을 쓰다 웹소설로 넘어와서 처음엔 너무 안 읽혔어요. 너무 적응이 안 됐고, 이런 것도 소설인가, 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래서 저는 일단 스테디셀러를 전부 다 봤어요. 카카오페이지는 밀리언 페이지가 있잖아요. 그곳 작품들은 몇 년에 걸쳐 사랑받는 작품들이죠. 지금도 네이버 시리즈 탑 보면 아직도 전독시가 있어요. 그처럼 오랫동안 사랑 받는 작품은 100% 읽어야 해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만큼 유명한 작품, 그중에서도 안 읽은 작품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읽다 보면 알게 돼요. 유명한 작품 중에서도 특히나 좋은 작품이 있다는 걸요. 그런 작품의 키워드를 확인하고, 그 키워드 관련 작품을 다 읽어요.
정리하자면, 첫째, 스테디셀러를 전부 읽고 둘째, 그 안에서 내 취향을 찾고 셋째, 취향에 맞는 작품 키워드로 검색해 연계된 작품을 읽는 것이죠.
박 : 제가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순문학을 공부하다가 웹소설이나 장르 소설로 넘어온 경우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튼 학생들을 위해 ‘순문학과 웹소설의 가장 큰 차이’를 하나 알려주신다면요?
정 : 제가 이 질문을 어딜 가나 들어요. 웹소설 쪽에서도 순문학 쪽에서도요. 기자님들도 꼭 물어봐요. 제일 큰 차이점은 상업성이에요. 순문학은 상업성을 꿈꾸긴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아요. 출판사도 작가도 독자도. 순문학은 웹소설보다 작가 데뷔의 벽이 높다는 차이도 있지만, 사실 상업성이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순문학 피드백 받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다, 너무 뻔하다, 드라마 같다’라는 평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웹소설은 그런 이야기가 잘 맞아요. 독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기성 웹소설 작가들이 뻔한 클리셰와 트렌드를 지겹지 않아서 쓰는 게 아니에요. 그게 잘 팔리기 때문이고, 그 안에서 차별점을 찾는 게 더 어려워요.
웹소설로 방향을 튼 작가가 ‘내가 원하는 건 A인데, 사람들은 B만 좋아해’ 또는 ‘내 작품은 상업성과 동떨어져 있어.’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전 여러분이 아직은 연습하는 단계니까 지금만큼은 스스로 제한을 두지 말고 다방면으로 시도해 보길 바라요. 프로작가가 된 후 마이너 장르를 쓰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 키워드를 넣느냐, 아니냐를 따라서 유입이 달라지니까요. 이건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Q. 로판 배경은 대부분 중세인데요. 그때 문화나 생활양식 같은 건 따로 찾아보시나요? 찾아보신다면 추천할 만한 책이나 자료가 있으신가요?
정 :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의복, 식생활 등. 안 봐도 되긴 해요. 로판은 말 그대로 판타지거든요. 사실 로판 배경을 중세라고 하지만, 실제 로판을 보면 중세라고 보기 어려워요. 중세는 화장실도 목욕탕도 없었어요. (웃음) 하지만 두 주인공이 사랑해야 하니까 고증보다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한 세계가 로판이에요. 하지만 요즘 남성향 작품의 경우 정통 판타지가 많이 줄었어요. 그래서 로판이 오히려 정통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들이 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여자주인공 판타지도 나오고 있고요. 웹소설이 상업적인 시장이라 트렌드 위주로 흘러가긴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너무 마이너라 쓰지 말라던 장르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는 움직임이 보여요. 특히 여주 판타지 쓰시는 분들이 많이 고민해요. 내 소설은 로맨스가 없는데 로판으로 분류돼, 라는 고민이죠. 이제 조금씩 여주 판타지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고 있어요. 이 시장도 변화의 시기를 겪는 거죠.
박 : 맞아요. 저희 학생 중에도 여주판을 쓰고 싶어 하고, 여주판을 쓰려면 리디북스로 진입해야겠다고 꿈을 꾸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Q. 작가님만의 캐릭터 작명 방법 궁금합니다.
정 : 저는 로판 장편만 쓰다 보니까 이름이 많이 고갈되었어요. (웃음) 제 경우는, 예를 들어 작품 설정에 별이 중요하게 나온다면, 별과 관련된 이름을 리스트업해서 고르기도 해요.
그리고 저만의 이름 짓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만약 주인공이 에밀리라면, ㅇ과 ㅁ이 들어가잖아요. 그럼 남자 주인공은 ㅇ, ㅁ이 들어가지 않게 이름을 지어요. 왜냐면 독자들은 빨리 보잖아요. 빨리 넘겨가 며 보는데 주·조연 이름이 비슷하면 독자들에게 가독성이 떨어져요. 여주가 에밀리면, 남주는 카이사르, 조연은 마가렛. 이런 식으로 완전히 동떨어진 발음을 줘서 독자들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요.
지난 작품 주인공 이름이 니콜라이였는데, 너무 러시아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름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하면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 팁. 너무 어려운 이름 지으면 오타 진짜 많이 나오고 나중에 찾기 정말 어려워요. 너무 어렵지 않은 이름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스토리가 막혔을 때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정 : 저는 그런 경우가 별로 없어요. 작가마다 다른데, 저는 200편 쓰면 두세 번 정도만 막히고. 그것도 짧게 지나가는 편이에요.
딱 한 번 너무 안 풀리는 거예요. 갈등이 고조되면 이걸 해결하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도저히 해결 방법이 생각 안 나서 며칠 작업을 못 한 적이 있어요. 보통 이럴 때 다들 많이 하는 얘기가 ‘쉬어라’인데. 그런데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괴로웠어요. 그래서 방법을 만들었어요. 그 장면이 전쟁 씬이거나 추수하는 배경이 나온다면, 그 배경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는 거죠. 책을 읽어서 인풋 하는 것과 이미지를 인풋 하는 건 자극되는 면이 달라요. 안 보던 다큐나 안 보던 장르의 영화를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어요.
Q. 작가로서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정 : 이건 아까 루틴 이야기했었는데요. 글 쓰려고 한 번 앉으면 최소한의 목표는 꼭 해야 해요.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안 좋다고 해도, 스스로 약속한 시간과 분량을 지키려고 해요. 내가 최악이어도, 그래도 쓰는 훈련. 그걸 지속하는 게 중요해요.
Q. 독자에게 받은 피드백이나 감상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나요?
정 : 어떤 독자는 정말 빨리 읽어요. 제가 런칭하자마자 하룻밤에 완결까지 보시는 분도 있어요. 제가 최근에 복수물 연구하겠다고 네이버 시리즈에서 복수 키워드 작품을 받거든요. 그 작품을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시고 7시간 동안 봤어요. 너무 좋은 거예요. 고개 들면 두 시간씩 가 있는 거죠. 그 느낌을 독자들도 받았을 때 저도 행복해요. 저도 독자잖아요. 그 정도 몰입할 수 있는 작품 찾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독자가 내 작품에 그 정도로 몰입해줬다, 그럴 때 짜릿한 기분을 느껴요. 제일 좋은 건 역시 ‘돈이 안 아깝다’는 댓글이고요. (웃음)
박 : 이제 현장 즉석 질문을 받아 볼게요.
정 : 제일 도움이 되는 질문을 해주신 분께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사인본을 드리겠습니다.
학생5 : 작가님이 플롯을 짤 때 도움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정 : 로판의 경우 <재혼 황후(알파타르트>>를 추천해요. <재혼 황후> 플롯은 분석해볼 가치가 있어요. 고전부터 내려오는 클리셰를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부부가 있고, 남편이 어디선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데려와서 부부관계가 깨진다, 이건 수도 없이 반복된 클리셰거든요. 사람들이 고구마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재혼 황후> 초반은 고구마투성이에요. 그런데도 계속 읽게 만들죠. 한 번쯤 꼭 분석해보길 권하고. 다른 로판 작품으로는 <나는 이 집 아이(시야)>이 대표적 육아물인데. 이 작품 도입부가 상당히 좋아요. 그래서 저도 그 작품 도입부 분석을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로판물이 다 처형 당하거나 죽거나 결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건 비슷한데, 몇 문장만으로 호흡이 달라지기도 하고. 초반 플롯 분석할 때 강조하고 싶은 건, 한 편마다 어떻게 장면 구성을 했는지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편의 단락을 어떻게 나눴는지, 시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해야 그 호흡을 익힐 수 있어요. 좋은 질문이었어요.
학생6 : 두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첫 번째 질문은, 독자들이 고구마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이 있어야 나중에 사이다도 있을 텐데요. 작가님은 이런 때 어떻게 하시는지요?
정 : 그게 정말 어려워요. 제 친한 친구 중에 제 모든 작품을 다 읽고 댓글도 열심히 달아주곤 해요. 그 친구가 제 신작을 보더니 고구마가 정말 많다는 거죠. 전 깜짝 놀랐어요. 전 사이다물이라 생각하고 썼거든요. 그러니 작가가 쓰는 것과 독자가 받아들이는 건 아주 다를 수 있어요. 고구마와 사이다에 대한 감은 작가마다 다를 텐데, 말씀하신 것처럼 고구마가 없으면 사이다가 있을 수 없어요. 사람들은 사이다만 원하니 도대체 어떻게 갈등을 어떻게 쌓으라는 거냐,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고 아직도 정답을 찾진 못했어요. 그런데 저만의 사이다를 주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걸 다 말씀드리긴 시간 관계상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이 부분에 대한 감을 빨리 찾을 방법은 알려드릴게요. 작품을 많이 읽어 보시면, 스토리 부분에서 사이다와 감정적 사이다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플롯에서 오는 사이다도 중요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좋아지는 사이다도 있다는 거죠. 스토리에선 갈등을 쌓아가는 과정만 계속되면 독자들이 답답해할 수 있는데, 그 중간중간 감정적 사이다로 변주로 줄 수 있는 거죠.
학생6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작가님 책에서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학생들에게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문장력인데요. 작가님이 쓰신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보면 ‘좋은 문장 쓰는 방법’ 등을 말씀하셨는데요. 원론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데드라인을 두고 미친 듯이 써라’라는 부분을 실천하기는 어렵거든요.
정 : 네, 막 쓰면서 어떻게 좋은 문장이 나오느냐는 거죠? 웹소설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과 독자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의 차이가 분명히 있어요. 읽기 쉬운 문장이 좋은 문장일 수도 있고,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문장이 좋은 문장일 수도 있죠.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가독성 좋고 비문이 없고 신뢰감을 주는 문장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장은 연습 말고는 답이 없어요. 제가 그림 전공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미대 입시를 할 때 1학년 때는 실력 차이가 많이 나요. 그러다 고3 입시 막판이 되면 실력은 다 비슷해요. 그래도 특히 잘 그리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도화지 두께(장수)예요. 지금까지 그린 도화지를 쌓아놓으면, 어떤 친구는 얇고 어떤 친구는 두꺼워요. 그 얇은 도화지를 이만큼 쌓을 때까지 그리면 좋은 실력이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필력이 갑자기 점프하는 시기가 오는데, 점프하기까지는 지지부진해요. 왜냐, 내 문장이 좋은지 아닌지 잘 모르거든요, 초반에는. 그래서 내 문장이 비문인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습작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내 안에서 막 나올 때가 있어요.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손이 먼저 마구 움직이는 시기가 오거든요. 그때까지는 연습을, 습작을 하셔야 한다고 보시면 돼요.
학생7 : 첫 작품을 쓸 때 클리셰를 따라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독창적인 소재를 따라가는 게 좋을까요?
정 : 자신이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독창적인 나만의 색깔로 시도해보고 싶다면 첫 작품이니까 시도해 볼만 하죠. 그런데 ‘나는 클리셰를 더 빨리 익히고 싶다’라면 다른 선택을 해야죠. 강사로서는 ‘독창적으로 쓰세요’라고 말하기는 정말 쉽고 편한 대답이 되겠죠. 사실 웹소설 계에서 클리셰를 연구하지 않고 작품을 쓴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클리셰만 공부하겠다, 나는 돈만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더라도 웹소설이 무엇이고 어떤 흐름인지는 익혀야 해요. 그 문법과 공식을 익힌 후에야 독창성도 나오는 거고 클리셰도 그 뒤에 익혀야 해요. 기존 이야기를 연구한 후에 독창성과 클리셰를 선택해 보길 바랍니다.
학생8 : 작품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대사와 대사 사이 지문이었어요. 저는 이 지문 부분을 잘 못 채우고, 작품 몰입에 방해되는 지문이라는 지적도 받은 바 있습니다. 대사 사이의 지문이 너무 담백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 이런 이야기를 남성향 작가님들이 많이 이야기해요. 제가 작가가 되기 전 유명한 작가님들 특강을 많이 듣고 다녔어요. 그중 유명한 남성향 작가님이 말씀하신 게 생각납니다. ‘말했다’도 아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잖아요. ‘읊조렸다, 중얼거렸다’ 등이요. 그 작가님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말했다‘라고 써라. 그리고 그냥 스토리 진행해라. 그래도 문제없다’라고 하셨어요. 대체로 남성향 소설 작가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여성향 독자들은 그것보다 바라는 게 많아요. 제 경우는 대사만 써놓고, 나중에 지문을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해요. 이런 방법도 한 번 연구해 보시고요. 그리고 저는 ‘말했다’를 반복하는 게 지겨워서 책을 읽으면서 좋은 지문이 있으면 다 적었어요. 저는 필사를 할 때 전체 통으로 하지 않아요. 저는 나만의 사전이 있어요. ‘말했다’라는 표현을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가, 다른 작가들은 ‘말했다’를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 다 정리해요. 그걸 다 따라 하라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식으로 쓸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지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안 돼요. 지문은 지문일 뿐이에요. 정말 중요한 건 대사예요. 어떤 독자는 대사만 읽기도 해요. 스토리를 진행하는 건 지문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러나 지문이 호흡을 만들고, 장면의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긴 해요. 장면에 따라 어울리는 표현을 찾아야 해요. 사전을 만들 듯이 내 속에 어휘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박 : 작가님께서 반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다른 작품을 분석해라’라고 하셨어요. 학생 여러분, 꼭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받겠습니다.
학생9 : 글 쓰다가 막히는 경우도 여러 이유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쥐어짜 내기만 해서 인풋이 부족한 때도 있고, 구상을 허술하게 해서 막히는 때도 있을 텐데요. 전업 작가의 경우 어떻게든 쥐어짜 마감을 맞출 것 같은데, 글이 막힐 때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 스토리가 막힐 때도 있고 캐릭터가 막힐 때, 그리고 설정이 막힐 때도 있어요. 왜냐면 설정을 다 만들어 놓고 쓰는 작가도 있지만 제 경우는 중간중간 추가하고, 플롯도 완벽하게 다 짜놓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거든요. 캐릭터가 다 완성되면 캐릭터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일 때가 있거든요.
캐릭터가 막혔을 때의 방법은,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설정을 만들잖아요. ‘금발에 푸른 눈’, ‘버림받은 과거’ 등의 설정이요. 거기에 ‘얘는 정치적 성향이 무엇인가?’, ‘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만약 얘가 현대에 온다면 어떤 직업을 가질까?’ 등 다양한 시점으로도 그 인물을 보려고 해요.
스토리가 막혔을 때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상물을 보면서 이미지 훈련을 하는 편이에요. 인풋이라고 하면 보통 텍스트를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을 독자에게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세상에 없는 것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독자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죠. 이미지를 공부해야 해요. ‘문장을 쓸 때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라는 유명한 말도 있잖아요. 이처럼 배경이나 스토리가 막혔을 때는 이미지를 인풋 해서 그 이미지를 묘사하기도 해요. 아니면 역사물을 보기도 하는 등 평소 보지 않았던 다른 장르로 자극 받는 방법을 쓰곤 해요.
박 : 정말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제 작가님 사인본 서적을 받을 친구를 찾아야겠습니다.
정 : 제 사인본 책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면서, 지망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인 ‘클리셰를 따라야 할까요, 독창성을 따라야 할까요?’라 질문한 친구에게 드리겠습니다.
박 : 축하드립니다.
정 : 감사합니다. 다른 친구들도 다 좋은 질문 해주셨어요.
박 : 오늘 좋은 강의해주신 정무늬 작가님께 다시 한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정 :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좋았나요?
학생 일동 : 네!
끝.
강의 : 정무늬 웹소설 작가
진행 : 웹소설창작전공 박세림 교수
정리 : 웹소설창작전공 박세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