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글쓰기를 이야기하다 작가: 글쓰는기계

– 신입생을 위한 글쓰는기계 웹소설 작가님 패스파인더 특강

판타지 웹소설 <나는 될 놈이다> (출처:카카오페이지)

“글을 어느 정도로 좋아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글쓰는기계 작가입니다.

신입생 여러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할 얘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입니다. 웹소설 관련해서라면 저는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습니다. 최근 웹소설 트렌드, 다양한 매니지먼트와 플랫폼에 대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신입생에게 필요할까, 고민했습니다.

웹소설창작전공 신입생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그래서 저의 대학 신입생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그때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전공에 대한 열의가 아닌, 성적에 맞춰 취업률 높은 곳을 골라 들어갔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전공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는 여러분 중에 웹소설이 무엇인지, 어떤 플랫폼이 있는지, 히트작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닐까요? 완벽하게 준비된 학생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요?

하지만 입학한 이상, 이제는 고민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글을 어느 정도로 좋아하나요?”

작가의 길에 대한 뚜렷한 결의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나는 평소에 무엇을 하는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가진 분야가 무엇인가?’, ‘평소 무엇에 시간을 투자하는가?’ 이 질문에 소설을 포함한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다면, 그리고 그걸 즐긴다면, 그렇다면 여러분은 글을 좋아하는 겁니다.

평소 쉴 새 없이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한다면 여러분은 글을 좋아하는 거예요. 자, 이제 글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 이 애정을 조금 정교하게 다듬어 전공의 길로 들어서도 되겠지요.

‘지속 가능한 글쓰기’란?

전업이든, 부업이든, 작업속도가 빠르든, 느리든, 작가는 꾸준히 글을 쓰고 글에 대한 애정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그 성과에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거두고, 그리고 다음 글을 쓸 계획을 세워야 하죠. 이게 바로 ‘지속 가능한 글쓰기’입니다. 방금 말한 것 중 하나만 빠져도 ‘지속 가능한 글쓰기’라 볼 수 없습니다. 간단하게 들리나요? 생각보다 어려운 길이랍니다.

저는 웹소설 계에 진입한 지 8년 정도 되었습니다. 짧은 경력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웹소설 계는 작가 생명이 짧답니다. 같이 시작한 작가 중 많은 분이 제 옆에 남아있지 않아요. 작가의 재능이나 노력, 글에 대한 애정과 상관없이 때로는 운도 많이 작용합니다.

밝은 이야기만 하고 싶지만 거짓말을 할 순 없으니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 몇몇은 웹소설 시장에 적응할 수 없을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다양한 장르물 잡지가 있습니다. 각 잡지만의 특징과 개성이 있고, 작가는 그 잡지 스타일에 맞춘 원고로 당선이 되기도 합니다. 단편 원고가 유명 잡지에 실리고, 상금이나 고료를 받는 겁니다. 단편 소설로 꾸준히 실적을 내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장편 연재를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이런 외국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한국 출판 업계는 그 정도로 큰 시장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웹소설 시장도 한국 출판 업계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새 많은 독자가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웹소설 친화적인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사실상 뼈대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잡지 대신 플랫폼이 있고, 내 글을 평가해줄 편집자 대신 댓글을 다는 대중이 있습니다. 변화한 환경에 맞지 않는 작가도 분명히 있습니다. 작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시대와 운이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여러분이 그중 한 명-시대와 운이 맞지 않은 작가-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길을 찾길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여러분은 웹소설 시장과 자기 글에서 교집합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 써 나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웹소설 시장에 맞춰 풀어낼 수 있는지도 알게 되겠죠. 한국 웹소설 업계는 외국 장르물 잡지 시장보다 훨씬 가혹하고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한국 활자 시장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웹소설 업계로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다른 업계 작가들이 웹소설 업계로 많이 진입하고 있습니다.

“글 쓸 준비, 됐나요?”

여러분에게 대학을 다니는 동안 품고 가야 할 하나의 화두를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글 쓸 준비입니다.

저는 글쓰기 능력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는 외적 능력, 즉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작법 능력이죠. 예를 들어 현대인이 판타지 시대에 떨어진 이야기가 있다고 칩시다. 이때 주인공에게 어떤 목표 또는 어떤 능력을 부여해야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어떤 장치를 넣어야 전개에 유리한지, 어떤 식으로 장면을 전환해야 속도감을 살릴 수 있는지, 보상과 배분은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등 이런 작법 능력을 저는 외적 능력이라 부릅니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분야이고, 저 또한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여러분이 대학에 다닐 때만큼은 외적 능력만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학교 공부를 하지 말라고? 작법을 공부하지 말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외적 능력부터 공부하지 말라는 겁니다.

최근 웹소설 학원이 많이 늘었습니다. 학원에서는 주로 이 외적 능력을 가르칩니다. 이른바 실전 압축이라는, 글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구성하는지 말이죠. 그런데 여러분, 같은 학원에서 공부했어도 어떤 사람은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데뷔도 전에 포기합니다. 왜일까요?

학원은 작가를 키우는 게 아니라 다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학원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은 이미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술을, 즉, 외적 능력을 다듬을 기회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정말 작가로서 크고 싶다면, 외적 능력이 아니라 내적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 전에 “무엇을 써야 하는가!”

외적 능력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이고, 내적 능력은 ‘무엇을 써야 하는가’입니다. 내적 능력은 여러분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그 모든 것입니다.

내적 능력이 발달한 작가는 외적 능력이 없어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 내적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단기간에 가질 수 없습니다. 물론 여러분 모두 살아온 20년만큼의 내적 능력이 제각각 다르게 형성되어 있을 겁니다. 혹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20년을 허송세월했어. 내 안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생각을 하나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여러분은 내적 능력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좋은 시기를 맞았으니까요. 왜냐, 이때 여러분의 취향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 때 온갖 작품을 읽으며 성장했습니다. 작가가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닥치는 대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혹시라도 대학에서 “실전 압축 웹소설 기술을 배워서 3개월 안에 데뷔해 대학을 떠나겠다.” 같은 생각을 했다면 큰 착각입니다. 기술을 배우거나 프로 작가의 노하우를 들었다 해서 작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몇 년간 다닐 이 대학 시절은 내적 능력을 키우기 가장 적합한 시기입니다. 거창한 방법은 필요 없습니다.

“보고 읽고 떠들고, 보고 읽고 떠들고”

관심 없던 책을 읽으세요. 관심 없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세요. 보고 끝내지 말고, 그걸 친구들과 이야기하세요. 졸업하면 그런 기회나 시간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콘텐츠뿐 아니라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두세요. 나중에 여러분 글에 다 녹아들어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저 또한 학교 다닐 때 겪은 경험을 모두 제 글에 쓰고 있습니다.

‘보고 읽고 떠들고, 보고 읽고 떠들고’를 반복하면, 여러분 안에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 ‘나는 이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라는 욕망이 점차 쌓일 겁니다. 그런 욕망이 쌓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창작과 맞지 않는 겁니다.

무엇이든 쌓이고 쌓이게 두세요. 그게 내적 능력의 성장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 싶을 때, 그때 비로소 글을 쓰게 될 겁니다. 처음엔 서투를 겁니다. 경험과 외적 능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계속해서 쓰다 보면 점점 실력이 늘고, 그때 내적 능력의 중요함을 깨닫게 될 겁니다.

신입생 여러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입학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 “빨리 써서 데뷔하고 싶다.”는 조급함은 잠시 접어두길 바랍니다. 지금은 “뭘 좋아하고,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에만 집중하세요. 그 후 웹소설을 계속할지, 또 다른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이든 경험하고, 무엇이든 부닥치고, 무엇이든 파고들어 보세요.

무협 웹소설 <칼끝이 천 번 흔들려야 고수가 된다> (출처:카카오페이지)

글쓰는기계 작가님과 웹소설창작전공 김선민 교수님 담화

김선민 교수(이하 김) : 내적 능력이란, 창작하고자 하는 욕망을 뜻하나요?

글쓰는기계 작가(이하 글) : 그렇습니다. 나의 욕망이 곧 나의 경험이 되고 사유가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는 욕망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글을 읽고 화가 나서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라는 파괴적인 마음도 창조적 욕망이죠. 모든 욕망이 ‘글을 쓰고 싶다’로 연결된다면, 그때 비로소 글이 쉴 새 없이 나오는 거죠.

: 말씀하신 부분이 창작을 지속할 원동력이 된다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가르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 그래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어렵습니다. 아무리 가르쳐도 쓸 사람은 쓰고, 안 쓸 사람은 안 쓰죠. 스스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외적 능력을 가르치기도 어렵지만,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는 더 쉽지 않습니다.

: 무르익지 않은 사람에게 기술만 가르쳐봤자 ‘뻘짓’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생각해야죠. 그러니 내적 능력을 키우기 전에 외적 능력부터 늘리려 하면 될 사람도 안 됩니다. 저는 외부인이니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교수님들은 그러실 수 없겠죠. 죄송합니다. (웃음)

: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습니다. 저희도 어떻게 학생들의 의욕이나 에너지, 욕망을 끌어낼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합니다.

: 가능할까요? (웃음) 사람마다 창작욕이 달라서요.

: 특히 고민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한 학생이 말로는 쓰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정말 쓰고 싶은 게 맞나?’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거든요. 교수로서 도울 수도 있지만, 결국 스스로 견디지 못할 만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하잖아요.

: 저는 작가 중에서도 특히나 창작욕이 왕성한 편이고, 작품 턴도 빠른 편입니다. 기성작가들도 5~6년 지나면 창작욕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기술은 있는데 쓰고 싶지 않은 거죠. 아직 저에겐 그런 단계가 오진 않았지만, 앞으로 겪게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창작욕의 고갈이란 신인뿐 아니라 기성작가도 언젠가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인이나 학생일 때도 창작욕이 없다면…… 좀 어렵지 않을까요?

: 작가님께 내적 욕망의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 있었나요?

: 특정 작품은 없고 저는 모든 작품을 좋아했어요. 아주 많이 읽었습니다. 밥 먹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지하철에서도요. 웹소설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를 말이죠.

사실 웹소설 시장이 커진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웹소설 히트작 중에는 게임 문법을 가져온 작품도 있고, 고전 명작이나 기존 소설, 다른 업계의 문법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웹소설만 읽지 마세요. 게임, 고전 명작, 일반 소설 등 내적 능력을 키울 곳은 아주 많습니다. 특히 고전을 읽으세요. 모든 고전은 클래식이라 불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읽기 어렵습니다.

글쓰는기계 작가님과 함께 한 Q&A

Q. 다작의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 창작욕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빨리 토해내고 싶은 거죠. 물론 한 작품만 세심하게 작업하는 작가님들도 욕망이 있습니다. 스타일의 차이입니다.

Q. 어떤 방식으로 플롯을 짜시나요?

글 :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웹소설 작가들은 플롯을 세세하게 잡진 않습니다. 회차마다 달라지는 독자 반응이나 쓰다가 떠오른 아이디어 때문이죠. 세세히 플롯을 짜진 않지만, 기본적인 골자는 잡아놓습니다. 현대 주인공이 판타지 세계에 환생해 벌어지는 이야기라면, 먼저 주인공이 처음 만날 적과 그 배경을 구성합니다. 다음엔 어떤 적이 좋을지 하나씩 쌓아나가는 겁니다. 이걸 계속 쌓아가려면 앞서 말한 내적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Q. 소재를 찾고 작품을 구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 : 소재는 외적 능력과 내적 능력 모두 필요합니다. 외적 능력을 많이 쌓아놓은 사람이 소재도 많이 쌓을 수 있죠. 많이 보고 경험하고 써봐야 그 소재를 다룰 방법도 알게 되니, 내적 능력도 중요한 겁니다. 저는 요즘 <뱀파이어 서바이벌>이란 게임을 합니다. 게임 속 설정은 간단합니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받는다’를 반복하죠. 그리고 그걸 소설에 적용하는 겁니다. 게임이란 경험이 제게 내적 능력이 채워준 거죠. 소재를 찾고 다루려면 내적 능력이 필수입니다.

Q. 마이너한 취향이라 최신 트렌드와 맞지 않을 것 같아 고민입니다.

: 웹소설 지망생의 이런 고민에, 전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희망이 있다.” 장르적 마이너는 오히려 장점이고, 신선함입니다. 물론 시대와 운이 맞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감성에서의 마이너함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Q. 작가님 사전 조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김 : 저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가님의<방랑 기사로 살아가는 법>을 특히 좋아하는데, 사전 조사를 어떻게 하셨나요?

: 사전 조사가 필요한 글(전문직물, 대체 역사물)도 있고, 아닌 글도 있습니다. 사전 조사하면 시간이 많이 듭니다. 이것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해당 분야를 좋아해서 딱히 사전 조사할 필요가 없는 일도 있습니다. <방랑 기사로 살아가는 법>의 경우 후자입니다. 저는 대학 때 역사책 수백 권을 읽었기 때문에 사전조사가 필요 없었습니다. 중세 역사서와 생활사를 읽다 보면, 어느샌가 내면에 세계관 질서가 잡힙니다. 이것이 내적 능력 중 하나죠. 하나라도 깊게 파고든 분야가 있으면 좋습니다. 그걸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Q. 다양한 장르를 쓰시는데, 판타지 세계관을 짜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 판타지는 작가의 자율성이 높은 장르입니다. 작가가 잘 아는 문화, 작가의 문법이 잘 드러나는 장르죠. 저는 역사를 좋아해서 그걸 많이 녹여냈고, <디아블로>나 <던전앤드래곤> 같은 판타지게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소설에 그 세계관이 묻어 나오죠. 판타지 관련해서 여러분이 좋아하고 파고든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차별화된 세계관이 나옵니다. 그런 게 없다면 무미건조한 세계관만 쓰겠죠.

Q. 하루 중 책을 읽는 시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도 좀 읽고, 저녁에도 좀 읽고. 틈틈이 읽습니다.

Q.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어떤 것들을 하시나요?

: 다음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합니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 보통 글을 쓰고, 남는 시간엔 운동합니다. 운동하려고 노력해요.

Q. 마감이 주는 압박, 혼자 하는 작업이 주는 쓸쓸함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 못합니다. 작가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풉니다.

Q. 작가님만의 슬럼프 극복법이 있을까요?

: 어떤 작가는 멘탈이 깨져도 연재하고, 어떤 작가는 연중을 합니다. 저는 전자로, 그래서 멘탈이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운이 좋은 겁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어요. 언젠가 터질지 모른단 생각도 듭니다. 슬럼프 극복법은 본질적으로 없습니다. 자기만의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Q.주로 집에서 쓰시나요? 아니면 카페나 작업실을 이용하시나요?

: 집에서 씁니다. 외부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Q.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 슬럼프 같은 감정 문제는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요령이 생겼죠. 편집자를 시켜서 댓글을 대신 보게 하기. 경험이 쌓이면서 악플러인지 비판적인 팬인지 알 수 있게 된 후로는 구분해서 받아들입니다.

Q. 한 작품의 하루치 원고를 끝내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목표로 두시나요?

: 이건 답하지 않겠습니다. 제 얘기를 하면 지망생들이 그걸 목표로 삼으려 해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에 한 편 써도 괜찮아요. 자신만의 사이클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Q. 독자의 반응에 따라 전개가 달라지기도 하나요?

: 물론입니다. 저는 그런 타입의 작가예요. 비축분 없이 매일매일 쓰는 작가들은 이런 경우가 많아요. 이런 작가는 비축분을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들어요, 무서워서. 사실 작가들은 자기 것만 할 줄 알아요. 비축분을 만드는 타입의 작가들은 독자 반응에 따라 달라지지 않죠. 뚝심 있죠. 뭐가 더 좋다기보다 성격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Q. 책 읽으실 때 여는 글과 닫는 글 같은 본문 외의 글도 다 읽으시나요?

: 당연히 다 읽죠. 그게 더 재밌지 않나요? (웃음) ‘글에 도움이 되려면 이것까지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 자체가 글에 대해 불경한 질문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Q. 기다무 심사가 너무 두려워요.

: 제가 더 큰 공포로 달래드릴게요. 기다무 심사를 통과하고 나면, 플랫폼에서 프로모션 날짜를 줍니다. 간신히 날짜를 잡아 프로모션이 시작되죠. 그렇게 연재가 시작되면 이제 순위가 나옵니다. 웹소설 작가는 인생의 모든 것이 걱정이에요. 받아들여야 해요. 저도 매번 불안해하고 멘탈이 깨집니다. 이런 팔자려니, 운명이려니 하는 거죠.

: 벌써 시간이 다 됐네요. 아쉽지만 여기서 끝내야겠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교수님.

: 작가님, 너무 감사드리고요. 작가님 말씀을 듣고 학생들이 깨달음을 얻었을 겁니다.

: 그렇진 않을걸요. (웃음) 여러분, 많이 읽으시고요. 특히 고전 명작을 많이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