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에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경험이 가장 큰 자양분이 되었어요 – 테크니컬 아티스트 윤희원

과거 만화는 1인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글과 그림을 홀로 해야 하는 고독한 직업이었다. 시간이 흘러 도제식 시스템이 만화계에 자리 잡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작품에 스탭으로 참여한 작가의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만화계의 판도가 웹툰으로 옮겨가고, 시장이 팽창하면서 하나의 작품에 많은 작가의 이름을 보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바로 스튜디오의 등장과 각 전문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들의 출현이 있었기 때문이다. 콘티, 각색, 선화, 작화, 배경 등 예전에는 혼자 했었던 만화의 공정들을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담당하는 경향이 생겼고 이미 많은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생겨났다. 오늘은 그들 중 청강대 만화콘텐츠스쿨을 졸업하고 JHS스튜디오에서 활동 중인 윤희원 작가를 만나봤다.

*인터뷰·정리 : 이현수(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JHS 스튜디오에 재직 중인 윤희원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네이버웹툰 <입학용병>에서 밑색과 명암 파트를 담당 중입니다. 그 외에 참여 중인 작품이 더 있지만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윤희원 작가의 졸업작품 이미지

청강대에서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보통 이런 인터뷰를 보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많으신데, 부끄럽게도 저는 그런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과제는 성실히 하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지만 밤을 새우면서 열정을 불태우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새로운 도전을 해 봤던 경험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할까, 말까 고민만 몇 번을 하는 소심한 성격입니다. 막상 도전하면 초반에 이걸 왜 했지, 후회도 많이 했고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경험이 현재의 제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학년 때 공모전에 참여해서 교수님께 피드백 받아가며 원고를 수정했던 기억, 3학년 때 현장실습에 참여해 회사에 다녀본 경험이 제일 기억에 남네요.

스튜디오에서 전문 분야 작가로 활동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마 우리 학교에 다니시는 분들 대부분은 웹툰 작가를 꿈꾸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3학년이 될 때까지 자기 작품을 만드는 미래만 생각해 왔어요. 운 좋게 졸업 작품을 본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작품 준비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작품을 만들 상황이 되니 제가 웹툰에 관해 너무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죠. 한 달 동안 시놉시스만 고치다가 현장에 가서 어떻게 웹툰이 만들어지는지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주로 어느 분야를 담당하여 작품을 하셨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회사 같은 경우 아트팀 직원 한 명이 한 작품을 채색부터 보정, 디벨롭까지 할 수 있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밑색과 명암 부분을 주로 담당합니다. 밑색과 명암 모두 맡는 작품에 따라서 방식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각 작품의 스타일에 맞춰서 작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윤희원 작가가 참여한 네이버웹툰의 <입학용병>
(출처 : 네이버웹툰)

지금의 스튜디오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어 작품을 하시게 되었나요?

3학년 때 현장실습에 참여했다가 지금의 회사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튜디오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경험 한 번 쌓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제가 맡았던 일은 웹소설 각색이라는, 지금 하는 채색 일과 전혀 딴판인 일이었죠. 당시 PD님께서 다른 분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참관 시켜 주시고, 웹툰 제작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히 알려주시는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장실습이 끝날 때쯤 회사에서 일하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 후 홀로 작품 준비를 하다가 스튜디오에서 채색 파트를 구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지원했고, 합격해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 작품에 여러 명의 작가가 협업하는 체계라 의사소통 부분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 한 화가 만들어지며 작품이 진행되는 건가요?

작가님이 선화를 넘겨주시면 제가 밑색을 깔고 명암을 넣습니다. 제가 다른 분에게 페이지를 넘기면 명암을 수정하시고 인물과 배경을 보정하고 채색 밀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최종적으로 팀장님 선에서 한 번 더 수정을 거치고 마무리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정해야 할 점이나 각 화별로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습니다. 실시간으로 연재되는 게 아닌 준비 중인 작품의 경우 밑색이나 명암, 보정이 끝날 때마다 작업을 확인받고 더 세밀한 피드백이 진행됩니다.

윤희원 작가가 참여한 네이버웹툰의 <입학용병>
(출처 : 네이버웹툰)

모든 일이 그렇듯이 협업을 통해 하는 일도 각각 장단점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어떤 점들이 그러한가요?

먼저 장점을 얘기하자면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작가님의 작풍에 맞춰서 작업해야 하므로 평소 해왔던 스타일의 틀을 깰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분들이 어떻게 작업하시는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퀼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떠한 방법을 쓰는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다만 본인의 스타일이 확고하신 분이라면 회사의 스타일에 맞춰가는 과정이 다소 힘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게 스튜디오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스튜디오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각자가 희망하는 분야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채색 파트를 희망하신다면 밀도 높은 채색이 들어간 일러스트와 웹툰에서 채색이 강조된 부분이 들어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겠죠. 특히 회사마다 주력으로 맡는 장르와 작풍이 다르기 때문에, 희망하시는 회사에 맞는 스타일도 고려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제 경력이 오래되지 않아서 밑색과 명암 위주로 작업을 맡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른 분들처럼 한 작품을 디벨롭까지 맡아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올리고 싶습니다. 작품에서 채색 부분에 제 이름이 올라갈 수 있도록 열심히 작업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CKMC>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을 졸업한 게 엊그제 같은데, 회사에 취업해서 인터뷰하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인터뷰를 하기 전 <월간 CKMC>를 쭉 읽어봤는데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더군요. 제가 학생 때 이런 글들을 많이 봤더라면 진로와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이미 자신의 길을 고민하고 알아가시는 과정에 진입하셨다는 뜻일 텐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큰 성과를 이루신 거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한 것보다는 안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많이 도전해보시고 많이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