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리 : 조희정(만화콘텐츠스쿨 웹소설창작전공 교수)
인간은 역사를 만든다. 2019년 청강대에 국내 최초의 웹소설창작전공이 개설되면서 입학한 19학번 재학생들은 전공의 여러 도전을 최일선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의 크고 작은 성공경험과 시행착오 하나하나가 길이 되고 전공의 역사가 되는 셈.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웹소설창작전공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가운데 행정안전부,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한 재난 웹소설 창작 수업도 전공 산학협력 역사의 첫 페이지에 남았다. 정부가 고민하는 정책 홍보물 제작이 단순한 ‘외주’ 형태가 아닌, 부처와 학교에 윈윈이 될 수 있는 ‘협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이것을 많은 소비자가 모여있는 콘텐츠 산업 시장까지 연결하기 위해 산업체와는 어떤 프로세스 설계가 필요할지를 가늠해보는 첫 시도였다. 이 청강대-행안부-카카오페이지와의 3자 협력 프로젝트는 재난 웹소설 2편-<빙백신공 소방관>, <Now Loading>이 올해 8월 카카오페이지에 론칭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 과정에서 웹소설을 집필한, 프로젝트의 핵심 주체인 재학생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학교와 전공이 다음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있어 참고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번 ‘CKMC PEOPLE’에서 지난 1년 간의 산학협력 프로젝트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웹소설창작전공 3학년 박재혁 학생을 만나보았다. |
<월간 CKMC>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웹소설창작전공 19학번 박재혁이라고 합니다. 필명은 ‘설야성운’입니다. 저는 무협 소설을 좋아하고, 무협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시리즈에서 <화산귀환>이 1억 뷰를 넘긴 이후, 무협이 웹소설 계에 새로운 바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죽돌이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새로운 작품 연재를 위해 준비 중입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빙백신공 소방관> 연재를 시작하셨는데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빙백신공 소방관>은 무림의 절대자이자, 북해빙궁의 절대자인 ‘선우명’이라는 노인이 소방사시보 ‘이구호’에게 빙의하는 ‘빙의물’입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한기와 얼음을 대표하는 빙공을 쓰는 주인공이 무공의 힘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내용입니다. 연소의 3요소인 발화점(온도), 가연물(연료), 산소(공기)에 맞춰, 무공을 쓰고 진화(鎭火)합니다. 기존의 소방관 주인공의 창작물들과 달리 웹소설에 걸맞게 가벼운 분위기로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신선하다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웹소설 ‘빙백신공 소방관'(출처 : 카카오페이지)
<빙백신공 소방관>은 청강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기획한 재난 웹소설 창작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했는데요, 작품 집필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소재 및 배경 설정 측면에서 다양한 재난 가운데 화재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화재는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또한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겐 멀게 느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더해서 대비하고, 저항하는 게 가능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재난 소설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작품 외적인 이유를 꼽자면, 프로젝트 이전까지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들을 많이 시도했었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자고 정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볍게 읽으면서도 화재라는 재난에 대해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작품은 무협 판타지이자 전문직물이기도 합니다. 소방 시스템과 소방관이라는 전문직종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집필 과정에서 가장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특히 소방관은 공부가 많이 필요한 직종인데, 많이 미흡했습니다. 세 번의 기획서 반려 이후에 나왔던 기획서이기도 했고, 전문직물을 처음 쓰다 보니 자료조사나 교차검증에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25586&weekday=fri 있어서 경험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정보를 취합했고, 검증이 필요한 정보는 소방청 홈페이지 내의 자료실, 국가화재정보센터의 자료들을 참고했습니다. 시간 관계상 전문가의 검증과 현장에 계신 소방관분들의 견해를 듣지 못해 아쉽기도 합니다.
살짝 덧붙이자면, 네이버 웹툰에 <1초>라는 작품이 이런 부분들을 꼼꼼히 잘하셨고, 현직 소방관분들께도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저도 집필 과정에서 참고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좋은 선례가 있으니 더 크게 아쉽고, 더욱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코로나 발발 직전 라오스 여행 Ⓒ박재혁
태안 여행 Ⓒ박재혁
작품을 읽다 보면 특히 이구호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굉장히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선우명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제정신이 아니니, 같은 몸을 공유하는 이구호는 평범에 가깝게 만들자.’ 였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만, 실패한 듯싶습니다. 여기에 조금 더하자면, ‘짧은 분량에서 보여줘야 하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방관의 모습을 넣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에 다양한 재난 및 사고 현장이 등장합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굵직한 사건들을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내고 설정했는지도 궁금해요.
2000~2010년대의 큰 화재 사건들이나, 미흡한 대응으로 아쉬웠던 사건들을 찾았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썼을 때, 소화가 가능할지 저울질해 정했습니다. 초반부의 가정화재, 그리고 중반부의 대형 산불이나, 후반부의 전기화재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현실에 있었던 일들을 ‘빙공’이라는 무공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기획에서는 큰 주제를 가지고 끌어나간다기보다는, 매 애피소드들이 연결되어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느낌으로 기획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하나씩 치밀하게 계획했다기보다는, 원고를 진행하면서 맞춰 나간 것 같습니다.
작품을 혼자 집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나요?
사실 기억이 잘 안나긴 하지만^^ 아무래도 ‘실전’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프로젝트가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감에 대한 압박, 상업성과 작품성, 주제에 걸맞은 서사까지 배우면서 많이 늘었습니다.
현재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에서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학생들에게 이런 프로젝트들이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앞으로의 개선점도 건의해주신다면요?
저는 웹소설 작가가 글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업종이든 창업할 때,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산학 프로젝트는 그런 경쟁 전선을 미리 겪어보고, 작가로서 함양해야 할 부분들을 채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의 프로젝트에서는 산학협력 기관 및 업체와 조금 더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오고 간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계약 부분에 있어서도, 매 학기의 저작권 특강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프로젝트 수업에서 그런 경험을 직접 한다면, 졸업 이후로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업체 계약을 했고 웹소설 집필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집필하고 있는 작품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합니다.
졸업작품으로 준비하던 작품이 계약됐습니다. 제목은 <지존은 서울에 있다>로 어반 무협에 현대 판타지 설정을 곁들인 작품이 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건 론칭 이후 확인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재미있게 써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입니다. 전업 작가가 목표이고,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