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MC TIP] 청강 웹소설창작전공 입시 실기 평가 기준은 이렇습니다! (2)

[CKMC TIP] 청강 웹소설창작전공 입시 실기 평가 기준은 이렇습니다! (2)

2021 웹소설창작전공 신입생 기준, 실기고사를 본 학생들 가운데 혼자 실기를 준비했다는 비율이 86%로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이 시간에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교수님들이 입시 실기 심사 기준과 2021 입시 실기 우수작을 공개합니다. 지금 확인하세요!

2021학년도 수시1차 웹소설창작전공 우수작2.(510424 김다인) – 주제어: 좀비(또는, 몬스터)

이 파티는 제대로 망했다. 세상에 어느 용사가 몬스터를 토벌하러 가다 되려 본인이 몬스터가 되어 나타나냔 말이다. 자신의 앞에서 머쓱한 듯 시선을 돌리는 하급 몬스터를 내려다보던 레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이 판치고 다니는 흔하디흔한 세상. 당당하게 여정을 떠나는 용사들이 있는 반면, 레아는 일반 소시민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부모님이 일찍이 돌아가신 그는, 본인을 딸처럼 아껴주신 친구의 부모님 식당에서 요리를 하며 먹고살았다. 왜 굳이 요리냐 하면,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 오직 프라이팬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 도중에 그 식당의 아들인 친구가 번쩍거리는 검을 들고 왔을 때부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마을에서 가장 용감한 자만이 용사가 되어 마왕을 상대할 수 있다는 어린아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버린 친구가, 유일한 자랑거리인 뛰어난 입담으로 마을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끌어들여진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부모님은 레아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따라가서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고. 그래서 소중한 프라이팬과 요리 재료를 들고 조심히 따라간 것뿐인데…“몬드, 내 말은 알아듣는 거야?”뭉툭한 이빨을 지닌 작은 털북숭이가 몸을 흔들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미 숲의 중반부이고 이곳에 있는 사람은 활을 조금 쏠 줄 아는 농부, 마법의 마도 모르지만 열심히 훈련하는 학생 등등 용사의 파티라고 하기엔 너무 단출하고 약했다. 앞으로 향하기도 뒤로 돌아가기에도 애매해진 그들은 털북숭이가 달고 온 쪽지를 쳐다보는 것 밖에 할 게 없었다. ‘이 어리석은 녀석이 내 음식을 다 먹어버렸으니, 녀석의 동료들은 몬스터가 된 놈을 데리고 가든지 말든지 정해라.’ 끝에 마녀라는 글과 함께 작게 그려진 하트를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쓸데없이 정이 많은 마을 사람들의 마녀에게 찾아가자는 말에 이끌려갈 뻔했지만 레아에겐 그런 영웅심은 없었다. 그 마음을 알아챈 건지 털북숭이 몬드는 그의 프라이팬을 훔쳐 달아났다.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 중요한 물건까지 훔쳐 달아나자 뒷목 잡기 일보 직전이 된 레아가 그를 쫓아 빛이 안 드는 숲속으로 달렸다. 빛이 들지 않는 것도 잠시, 하나의 마을 같은 곳이 등장했다. 뒤따라오던 다른 사람들도 어리둥절해져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누군가는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전부 몬스터였다. 놀라있던 것도 잠시, 털북숭이를 한 손에 덜렁 든 채로 다가오던 미인이 입을 열었다. 긴 이야기에 뭐라도 말을 하려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미인, 그러니까 마녀는 대다수의 몬스터들이 용사와 마왕의 싸움에 점점 지쳐갔고, 결국엔 평화롭게 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근처에 자리 잡아있는 인간들의 마을엔 모두 선한 사람들만 살고 있기에 그 옆 숲을 거처로 삼았는데, 철없는 인간 하나가 멋대로 몬스터를 상처 입히고 먹을 것까지 다 훔쳐 먹었다는 것이었다. 한심한 친구를 째려보다 마녀의 나머지 한쪽 손에 프라이팬이 있다는 것을 안 레아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마을 사람들을 향해 눈치를 줬다. 선하고 총명한 사람들이어서인지 그들은 바로 제자리로 향했다.

잠시 후, 상황을 모르던 몬스터들이 멍하니 마을을 바라봤다. 어떤 덩치 큰 인간은 농사를 돕고 있고, 뭔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인간은 다친 몬스터들을 치료해 주며 붕대로 감고 있었다. 이상한 인간들이 많았지만 벙쪄있던 그들은,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그냥 생각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녀의 레시피대로 만든 레아의 수프는 인기가 좋았다. 몬스터의 입맛에 딱 인건지 슬쩍 다가와 맛보는 제 친구도 보였다. 이곳에서 며칠 일하면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마녀의 말이 끝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아직도 생각 없이 행동하는 한심한 친구를 뒤로하고, 두 마을을 합치는 계획을 짜고 있는 무리로 향했다.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는 레아는 다행히 계속 소시민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용사가 아닌, 오히려 평화롭게 살아가길 비는 마을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A: 장르적인 소재를 안정적으로 변주해 끌고 가는 힘이 빼어나다.

K: 몬스터는 판타지 소설을 구성하는 가장 고전적 요소이다. 이러한 요소에서 고전적인 판타지의 클리셰 마왕, 용사, 마녀 등을 가져오는 구조형성이 좋았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역인 주인공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으로 서사를 꾸려가는 방식이 훌륭했다.

I: 나만의 정의구현을 하는 이야기가 열 편이 있다면, 정의의 프레임을 바꾸는 이야기도 열 편이 있기를 바란다. 정의는 간혹, 줏대있는 비참여에서 나오기도 한다.

2021학년도 수시2차 웹소설창작전공 우수작2.(520595 김예진) – 주제어: 마지막 말

버킷리스트란 무엇인가? 자신의 발밑에 있는 버킷을 차버리기 전, 그러니까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는 리스트다.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그 각각의 소원들은 떠나갈 이의 마지막 말과도 닮아있어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큰 힘을 갖는다. 그래서 나는 곧 삶에서 떠나갈 친구의 버킷리스트를 계속해서 갱신해 주기로 했다. 막 고3이 되었을 때는 세상에서 고3만큼 힘든 존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의견에 동의하며 같이 웃고 떠들던 내 친구 수아는 다음날 등교하던 중에 쓰러졌다. 정말 갑작스럽게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를 조금 하긴 했지만 크게 앓은 적은 없다고 했는데, 불행은 상냥하게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에서 수아는 가장 힘든 고3이 되었다. 수아는 아팠다. 많이 아팠지만 다른 고3들처럼 공부를 하고 입시 걱정을 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 강인함에 나도 기운을 얻어 우리는 무사히 수능을 봤고 성인이 되는 1월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리고 1월에, 의사 선생님은 우리에게 하고 싶지 않으셨을, 불행한 소식을 전해주셨다.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현실에서 들을 줄은 몰랐는데. 당사자인 수아는 태연해 보였다.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여는 수아는 금방이라도 내게 마지막 말만을 남기고 떠날 것 같아서 나는 수아가 말을 잇지 못하도록 꽉 껴안고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 버킷리스트를 만들자고. 수아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말이 있다면 적어도 계속해서 갱신되는 형태이길 바랐다. 형편없이 떨리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웃음을 터뜨린 수아는 억지 같은 말에도 고개를 끄덕여줬고 그 결과가 이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날씨에 바다는 좀 아니지 않아?”라며 툴툴거리던 수아는 계속해서 고동색 눈동자에 차디찬 바다를 담았다. 음, 역시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합법적 백수 학생 둘이서 보는 이들의 안구건조증을 완치해 줄 겨울 바다 멜로드라마를 연출하는 건 무리였나 보다. 자비 없는 겨울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로의 머리칼과 싸우고 있는 두 여학생들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소름 돋을 정도로 따스한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느껴져서 우리는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생각만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파도에 쓸려나가는 젖은 모래들을 보며 편안한 표정을 짓던 수아를 생각하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리스트를 늘려갔다. 수아는 휘황찬란한 무지개 머리로 염색했고 나는 반으로 나눠서 왼쪽은 보라색, 오른쪽은 노란색으로 염색했다. 솔직히 수아 쪽이 훨씬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날 보고 흑백논리, 가로본능이라고 부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 수아는 계속해서 생각나는 내 머리와 별명에 정신을 못 차리고 웃다가 약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는 것을 반복했고, 결국 약 먹는 데 40분이나 걸렸다. 우리는 그런 모습으로 배낭과 책을 들고 대학가를 걸으며 멋지고 자유로운 대학생의 모습을 연출했고, 진짜 대학생들은 자기 몸집만 한 가방과 팔이 빠질 것 같은 전공 책을 들고 좀비처럼 옆을 지나갔다.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는 두꺼운 백과사전을 든 채로 방명록을 적으러 갔다. 즐거웠다는 후기와 함께 마지막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강혜나 바보. 한수아 멍청이. 유치원생들도 코웃음을 치고 갈 유치함이었지만 뭐 어떤가. 우리도 아직 어렸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수아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실내에 있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안에서도 끝장나게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리스트를 작성할 펜을 들었는데 수아가 그 손을 잡아 멈추었다. 처음 버킷리스트를 만들자고 했을 때의 상황과 겹쳐보였다. 수아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언젠가 보였던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더는 피할 수가 없었던 나는 평소와 같은 밝은 표정을 지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마지막 말을 갱신하며 우리의 이야기와 리스트는 다정한 끝을 내렸다.

A: 참신하거나 도전적이지는 않으나, 자연스레 떠오를 장면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점이 흥미롭다.

K: 마지막 말을 버킷리스트라는 자신의 용어로 바꾼 후, 짧은 시간동안 버킷리스트를 정리하는 두 명의 캐릭터를 조형하는 방식이 인상깊었다. 나와 수아라는 캐릭터의 관계성을 주목하고, 짧은 서사 안에서 기승전결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순발력을 높게 평가했다.

I: 시한부 친구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실천하는 학생. 버킷리스트도 갱신할 수 있듯이, 친구의 ‘마지막’ 말을 영원히 갱신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유머 한 방울 섞어 포착하는 노련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