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CKMC 2호] BL, 좋아하세요?

웹소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참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마도 ‘원천 서사’라는 수식어일 거예요. 네이버 웹툰 <재혼 황후>가 웹소설 원작이라더라, 요즘 로맨스 판타지 웹툰은 웹소설 원작이 많다더라, <전지적 독자 시점>이 웹툰화도 모자라서 영화로 제작된다더라…. 웹소설을 읽어본 적 없으신 분들도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걸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수식어를 따라가다 보면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장르가 있어요. 바로 BL과 GL인데요. GL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은 다음 원고 때 말씀드리기로 하고, 이번 원고는 BL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거든요.

2020년,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 무협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진정령>인데요. <진정령>은 잘생긴 남자들이 대거 등장해 배우들의 막강한 팬덤이 생겨 큰 화제가 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무협 장르로서도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이 <진정령>은 사실 BL웹소설이 원작이에요. 묵향동후 작가가 쓴 <마도조사>는 사실 드라마 <진정령>으로 밝혀지기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될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BL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죠. 너무 야하기만 한 것은 아닐까? 돈을 벌려면 19금 BL을 해야 한다던데. 물론 그런 시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으로만 BL을 이해한다는 것은 반쪽짜리 이해예요. BL은 무협,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구조를 결합한 이야기도 무척 많습니다. 구조가 헐거웠다면 과연 원작 <마도조사>에서 등장했던 두 주인공의 사랑을 살짝 브로맨스 코드로 틀어서 각색했던 <진정령>이 인기가 많았을까요? BL 웹소설은 ‘19금’뿐만이 아니라 이미 탄탄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그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에 <마도조사>가 있다면, 한국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BL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실, 리디북스의 별점 만 개는 한참 전에 넘은 <시맨틱 에러>가 그 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리디북스의 별점 만 개는 꽤 괜찮은 지표입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양대 플랫폼이 BL을 론칭하지 않았을 때(네이버는 여전히 론칭하지 않고 있죠), BL 웹소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이를 웹툰화하여 BL 코어팬들의 둥지가 되었거든요. 리디북스의 별점 개수는 해당 작품이 얼마나 대중적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시맨틱 에러>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시맨틱 에러> (출처 : 리디북스)

출처 : 리디북스

<시맨틱 에러>는 총 4권입니다. 태생이 공대생인 추상우와 캠퍼스 내 인싸인 재영의 상큼한 캠퍼스 로맨스예요. 유학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를 유야무야 넘기려던 재영이 학점에서만큼은 절대 봐주지 않는 상우를 만나 조별 과제에서 이름이 빠지게 됩니다. 결국 재영은 졸업도, 유학도 물 건너가게 되죠. 인싸지만 사실은 엄청난 또라이 재영은 상우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상우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서로 같이 게임을 만들게 되면서 두 사람은 점차 서로에게 빠지게 됩니다.

사실 저렇게 요약을 해두면 “뭐가 특별한 거야?”라고 물어보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당연하죠. BL은 다른 장르에 비해 특별한 게 없습니다. 서로 남성인 두 사람이 좋아하는 건데, HL과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이 작품에서 살펴보셔야 하는 것은 바로 로맨스예요. 어떻게 서로 싫어 죽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가. 특히 1권은 내내 두 사람이 싸우기만 합니다. 말싸움 좋아하고 두 사람의 티키타카를 보시고 싶은 분들은 추천입니다. 게다가 뚜렷한 악역도 없어요. 우리는 보통 로맨스를 생각할 때 삼각관계나 악역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악역이 필요하지 않은 로맨스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연인이 나의 적대자일 때’입니다. 로맨스 좀 쓰신다는 분들은 저 문구 보면 약간 신나실걸요? 왜냐하면 로맨스 쓰다가 자꾸 사건 집어넣어서 이야기가 로맨스처럼 보이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저 명제를 종종 잊어버려서거든요. 그 점에서 봤을 때 <시맨틱 에러>는 로맨스의 공식을 충분히 따른 상큼한 BL이라고 볼 수 있죠.

자, 리디북스 별점 만개는 오래전에 넘긴 <시맨틱 에러>, 웹툰화도 됐고 이제는 라프텔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꽤 괜찮은 BL물, 만들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으로 오시면 장르에 편견 없는 교수님들이 가득! 교과목이 가득합니다. 저도 학교 메일링 서비스에 BL을 이야기해도 되나 잠시 망설였지만 원래 선구자는 망설임이 없는 법 아니겠어요?(*)

글 : 문아름 만화콘텐츠스쿨 웹툰만화창작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