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 재학생 인터뷰] “나는 재기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 19학번 이솔

나는 어떤 사람이다, 소개부터 부탁해요.

저는 재기를 꿈꾸는 사람이에요. 늦은 나이에 다시 꿈 찾아 온 학생이죠. 안녕하세요.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 19학번 이솔입니다.

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좀 옛날에 조아라 BL란에서 월간 베스트 1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살았을 텐데… 괜히 회귀물 주인공스러운 대사를 치게 되는군요…

현재 연재 중인 웹소설이 있나요?

현재 적극적으로 연재하는 작품은 없습니다. 최근에 현직 작가님들께서 특강하러 오실 때마다 해당 수업을 담당하는 이융희 교수님께서 ‘웹소 작가는 첫 번째 작품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적다. 연재 스트레스 때문이다.’ 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는데 첫 번째 작품은 아니지만 연재 당시의 스트레스 때문에 못돌아가는 게 딱 제 상황이라 찔리곤 합니다. 구상하는 작품은 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시놉시스를 쓰는 만큼 있습니다. 언제 연재하게 될 지는 아직은 배움에 충실하느라 잘 모르겠네요. 3학년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해요.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가끔씩 학교에 올라가게 되는데 고양이 보는 낙이 크답니다!
Ⓒ이솔(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 19학번)

왜 작가가 되고 싶어요?

시작은 저를 움직인 이야기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때 전민희 작가님의 <룬의 아이들>, 그 중에서 <윈터러>를 접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당시에 온라인 게임 ‘테일즈 위버’를 하고 있던 때라 원작이라는 소설을 찾아 읽었던 건데 1권을 읽으면서 펑펑 운 이후로 그 때의 여운을 아직껏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윈터러의 주인공 보리스의 이야기가 12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또래의 이야기라 특히 감명을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만화를 보는 건 되게 싫어하셨는데 판타지 소설을 보는 건 싫어하지 않으셨죠. 1세대 판타지 소설 <세월의 돌>, <태양의 탑>, <비상하는 매>, <가즈나이트> 등등을 읽으면서 성장물, 판타지 소설 오타쿠로 자랐습니다. 글을 처음 쓴 건 2차 창작이었고 점점 욕심이 나서 직접 내 세계관을 만들어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계기가 된 작품만 다르고 다른 분들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네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역시 성장물을 쓰고 싶습니다. 정의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정의로운 사람과 성장하는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요즘 웹소설이 다들 삶이 팍팍해서 그런지 냉소적인 주인공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으니 정의와 냉소 사이 어떤 지점을 공략할 방법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중입니다.

당신의 꿈이 무척 궁금해요.

저는 로시니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대박작 내고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단 뜻입니다. 물론 저는 천재는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 거 같진 않고 적당히 제가 쓰고 싶은 것과 현실에의 타협 사이에서 즐겁게 글을 쓰면서 큰 병 안 걸리고 먹고 살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저의 애착인형 비슷한 애에요. 이름은 그냥 흰 곰! Ⓒ이솔(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 19학번)

현재 재학 중인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웹소설창작전공입니다. 저는 인원수가 적은 모르모트 1기생이라 2기 이후에 입학하신 분들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에서 지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쓰는 학과입니다. 좋아하는 애니, 영화, 드라마, 소설 등등에 대한 이야기도 원없이 할 수 있으니 덕학일치 쯤 되겠네요. 반드시 판타지 무협 로판 등의 웹소설 작가 지망이 아니라 SF 같은 장르, 시나리오, 출판 소설 등도 다루고 아마 3학년땐 편집 관련도 배우게 될 거라 다양한 분야를 꿈꿀 수 있는 학과이기도 합니다.

왜 청강대였고, 왜 웹소설창작전공이었죠?

청강대는 네이버 웹툰에서 많이 이름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처음으로 웹소설 학과가 생긴다고 해서, 원래 전공은 이과계열이었는데 학교 가서 학교 공부는 안하고 글만 정말 많이 썼었던 지라… 혼자 쓰는 글에 한계도 느끼고 있었기에 다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글을 안쓰는 지인들에게 용두사미 작품이 너무 많다는 불평을 좀 듣는데 제가 글을 쓰면서도 그런 작품만 써내는 느낌이었어서 좀 더 발전하고 싶었습니다.

입학 후 가장 도움이 된 수업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홍석인 교수님의 ‘장르연구’입니다. 초반 전개가 아니라 중후반부에 힘이 빠지는 게 걱정스러워서 학교에 온 만큼 소설의 뼈대를 배우는 게 좋았어요. 다만 아주 길지 않은, 영화나 출판 소설 기준인 수업이라 웹소설만을 위해 학교에 오신 분이라면 적용하기 애매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가 분량이 달라도 큰 줄기는 같은 경우가 많으므로 장르연구 강의의 내용을 뼈대로 삼고 살을 어떻게 붙이냐에 달려있을 듯 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학년 2학기에 7주 장기 커뮤 총괄과 모든 전공 수업을 듣는 학업과 동아리 두 개를 병행해서 무사히 엔딩까지 보고도 올 A+로 전공수석을 했습니다! 와!! 학기 중에 너무 열심히 사느라 겨울 방학때 제대로 번아웃이 왔지만… 흐뭇하더라고요. 물론 1학년이라 도전했던 거고… 두 번은 못합니다. 이번 학기는 학업만으로도 번아웃이 올 지경이에요….

다른 학교나 전공에 비해 우리 전공만이 갖는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문예창작과를 다니면 아무래도 웹소설 공부를 따로 해야 할 거예요. 쓰는 것도 별도죠. 교수님들도 우리와 나이가 가까운 만큼 훨씬 열려있습니다. 연계되어 있는 출판사도 웹소설에 더 가깝고 프로젝트도 종종 와서 기회를 잡기도 좋습니다. 예술가, 혹은 학자가 목표가 아니라 상업성을 띤 글을 쓰는 작가가 목표라면 조금 더 근거리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단 웹소설 전공에서도 과제 때문에 출판에 가까운 소설, 단편 소설 등을 써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장르만 창작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알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분명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에 입학하려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많이 보세요. 제가 요즘에는 과제 하나 하면 뻗는 저질 체력의 게을러라 거의 안 읽고 살지만 책방을 섭렵하던 어린 시절에 읽은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반영되어서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웹소설을 많이 보는 게 트랜드를 많이 따라가는 시장의 분위기를 읽기 가장 좋겠지만 소설을 보기 힘들다면 영상매체라도 좋습니다. 당장 연재를 시작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게 아니라 ‘입시’라면 웹소설보다도 영상 매체 쪽이 좀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1명의 작가인데다 그 작가의 컨디션을 많이 타는 웹소설보다는 영상 매체가 여러 사람이 만드는 거라 전체 완성도는 있어서 공부를 하기에는 유리합니다. 부모님이 공부 안하고 노는 거 아니냐고 잔소리 한다면 영화를 보고 짧게 줄거리랑 캐릭터 정리라도 해보세요. 물론 전 정리같은 거 안하고 그냥 봅니다만 하면 더 도움은 될 겁니다. 부모님한테 노는 거 아니라고 주장할 증거도 될 테고요!.

이번 여름방학 땐 무얼 할 거죠?

원랜 방학 때 쓸 걸 쓰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여름방학이 짧아져서 좀 쉬고 정리하고 정신차리면 2학기일 것 같더라고요. 괜히 학기 중에 연재랑 병행했다간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전력을 다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살 예정입니다.

2학년 때까진 학업에 집중하다가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재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뭐, 따로 개인작 준비 안해도 학교생활 하면서 쌓이는 시놉시스도 많고 단편 중편 소설도 많아서… 웹소설창작 수업에서 쓰는 10편짜리도 있으니 강의 듣고 과제하면서 종종 소설도 보고 넷플 인기작이나 교수님들 추천작, 강의에서 예시가 되는 작품 등등을 보고 세상을 많이 넓히려고 해요.

2020 신입생, 그리고 2021 예비 신입생들에게 한마디!

안녕하세요, 웹소과 1기 모르모트입니다. 좋은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예비 신입생들은 아마 저보다 더한 경쟁 속에서 입시를 치르고 생활하실 텐데 포기하지 않고 나중에 동업자로서 만나뵐 수 있으면 기쁠 것 같습니다. 힘내요!(*)

  • 인터뷰·정리 : 조희정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교수(writingholic@c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