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08호] OTT의 성장에 따른 웹툰 창작 환경의 변화 (전혜정)

웹툰과 OSMU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은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되었다. 최근 이슈가 된 작품들로만 몇 개 꼽아 봐도, ‘송곳’, ‘미생’, ‘닥터 프로스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동네변호사 조들호’, ‘치즈인더트랩’, ‘계룡선녀전’,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 있다. 또한 웹툰 원작의 영화도 찾아볼 수 있다. ‘신과 함께’, ‘내부자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끼’,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다른 매체로 이식하여 순차적으로 전개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OSMU 라고 부른다. OSMU란 한국에서 통용되는 조어로, 다들 알다시피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의 줄임말이다. 원천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초기비용이 높다하더라도, 다른 매체로 성공적으로 전개해나갈수록 비용 대비 수익이 높아지게 된다. 이렇듯 성공적인 콘텐츠 하나가 만들어지면 OSMU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OSMU는 콘텐츠 사업의 필수적인 전략이 되었다.

최근까지 웹툰이 성공할 경우, 가장 먼저 시도하는 매체 확장은 종이책 출판이었다. 그러나 이는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최적화하는 OSMU로 보기엔 어렵다. 물론 종이책 환경에 맞춰 레이아웃을 바꾸는 등 많은 손질을 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롤에 맞춰 기획된 웹툰과, 처음부터 종이책으로 기획된 작품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페이지 만화 연출에 완벽하게 최적화하려면 거의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정도의 큰 일이 되어버리는데, 그렇게까지 노력을 들이기에는 출판만화 고정 독자층은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다. 따라서 웹툰을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출판만화 고정 독자층을 노린다기보다 원래의 웹툰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소장용 굿즈 기획에 가깝다.

반면 영화화된 ‘신과 함께’의 경우를 보자. 이 작품은 웹툰에서 넘어온 팬덤을 만족시킨 것은 물론, 웹툰을 본 적이 없는 영화 소비자층에게도 인기를 끌면서 큰 흥행을 했다. 즉 OSMU가 제대로 성공하려면, 이식될 매체들마다 자신들의 안정된 소비자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 매체의 팬덤이 넘어오고, 현재의 매체에 익숙한 고정 소비자층이 합쳐져야 시너지가 생긴다. 두 소비자 층은 성향이 꽤 다르기 때문에, 종이책 출판과는 달리 리메이크 전략을 짜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전 매체의 팬덤과, 현 매체의 고정 소비자층, 이 두 타겟 사이에서 표류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혹평을 듣는 경우는 흔한 사례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는 새로운 매체에 이식될 때 그 매체에 가장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으로 작업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그에 대한 학문이 미디어 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등이다. 하지만 이전 매체의 팬덤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욱 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그렇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된다.

아무튼 ‘신과 함께’의 성공은 출판만화보다 훨씬 거대 산업인 영화계에서, 영화 소비자층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사례다. 바꿔 말하면, 고정 소비자의 숫자가 높은 곳으로 이식될수록 OSMU 전략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영화를 제외하고 소비자층을 많이 확보한 서비스나 플랫폼, 또는 매체가 있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바로 OTT 서비스 플랫폼이다.

OTT란, Over The Top Service란 뜻으로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예전엔 셋톱박스를 의미했기 때문에 OTT 서비스라고 하면 주로 IPTV를 의미했는데, 이제는 모바일까지 포함하면서 OTT의 의미가 확대되었다. 현재 유명한 OTT 서비스 플랫폼으로는 해외에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국내에는 왓챠플레이 등을 들 수 있다. 수가 한정되어 있고, 성향이 보수적인 메이저 방송사에서는 OSMU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웹툰이 한정되어 있었다. 트랜디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기업물 등 비슷한 장르다. 하지만 이제는 OTT 덕분에 기존엔 시도되지 않던 웹툰이라도 웹드라마화 등으로 리메이크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웹드라마 시장이 확장되면서, 이제 잘 되는 웹툰이라면 OTT를 통해 드라마화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될 정도다. 뿐만 아니다. OTT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서비스이기 때문에, 국내의 성향에 묶일 필요도 없다. OTT의 진짜 강점은 해외 진출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웹툰이 해외 진출도 가능한 OTT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 외에 또 무슨 장점이 생기는 것일까?

콘텐츠의 다양화

국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들의 소재나 주제, 장르나 표현이 다양해진다. 어떤 특정 매체에 특히 잘 어필하는 소재나 장르가 있다. 예를 들어 일상물은 웹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웹툰에서는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웹소설이나 웹툰을 통해 국산무협의 르네상스에 대해서 말해 볼 수 있지만, 한국영화에서 흔하게 제작되는 장르가 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적다. SF로 분류될 수 있는 국내 작품이 웹툰에는 많고 장르소설로도 안착되고 있지만, 국내 영화로는 보기 힘들다.

만약 콘텐츠가 한 매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매체에 특화된 요소들을 고려하게 될 것은 자명하고, 매체별로 작품들이 비슷비슷해지는 결과를 낳으며, 결국 그 매체 산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는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다양하게 고려할 수 있다면 특정 장르가 사장될 위험이 적어진다. 할리우드에서 들어온 히어로물은 초대형 흥행몰이를 하지만, 국내 영화로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획만 좋다면 웹툰이나 장르소설에서는 통할 가능성이 있다. 히어로물이라는 장르가 원천 차단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작품을 타 매체로 이식하여 성공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매체 간 이동이 더 자유로워질수록, 말했듯이 다양한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한 매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장르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까지 생긴다. 어떤 한 매체의 상업성이 커진다는 것은 다른 매체의 가능성을 질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콘텐츠 업계 파이가 확장된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각각의 매체들이 다양한 주제와 소재, 장르와 표현들로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전반적인 콘텐츠 업계의 건전성은 높아진다.

과감한 투자 가능

원천콘텐츠의 충성도 높은 팬덤은 다른 매체로 전개되어도 여전히 소비층으로 작용하게 되고, 콘텐츠의 수익 안정화에 기여한다. 물론 이것이 많은 경우 악재로 돌변하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어필하는 요소다. 이렇게 OSMU 전략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라도 투자비용을 차츰 회수할 수 있게 되면 초기 투자의 과감성을 높이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원천콘텐츠를 기획할 때부터 해외 진출 및 OSMU 전략을 설계하고 시작한다면, 웹툰, 웹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완구, 굿즈, 문구, 관광 등의 여러 업종을 투자진에 포함시킬 수 있다. 다양한 투자자들의 참여는 콘텐츠의 질을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위험성을 낮추는 일이 된다. 따라서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이라도 이런 요소 역시 투자의 과감성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예를 들어보자. 국내에선 전반적으로 모든 매체에 걸쳐 비교적 인기가 떨어지는 장르로 호러나 스릴러물을 들 수 있다. 이 장르는 매니아 장사라고 하는데, 국내의 매니아층 자체가 수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아주 핫한 아이템이다. 해외에서는 호러 장르의 매니아층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심지어, 돈을 벌고 싶으면 호러를 하라는 말이 있다. 서양까지 갈 필요도 없다. 같은 동아시아국인 일본이나 중국은 어떨까? 이 두 나라 역시 오래 전부터 공포 기담류를 각별히 좋아했다. 최근 중국이 현실성이 없는 장르를 규제하고 있긴 하지만, 국민들의 성향은 처음부터 우리와 달랐다.

따라서 CJ E&M와 같은 거대 자본이 해외 진출 및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호러 웹툰에 기획 투자를 하기도 한다. 웹툰 그 자체를 국내 플랫폼에서 유통할 때는 다소간 적자를 보기도 하지만, 투자를 하는 이유는 OSMU에서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기존 작품을 사들이기보다 자신의 오리지널 기획작에 투자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유명한데, 이는 국내의 창작자들에게도 활기를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조선 좀비물인 ‘킹덤’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는 국내에도 입증되었다. 이전에 한국에서 드라마로 좀비물을 기획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 덕분에 국내 OTT 서비스도 이런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국내 OTT의 장르 다양화에도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OTT가 더 활성화 된다면, 처음부터 해외 OTT를 노린 웹툰을 기획하는 것도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런 확장성은 다양화에 기여한다.

이 외에도 홍보 채널의 다원화 등 파급면에서도 여러 장점이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가 OSMU의 콘텐츠 질적 측면, 산업적 측면에서의 뚜렷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OTT의 성장으로 웹툰의 질적 팽창, 사장될 뻔한 장르의 르네상스를 가져와 소재와 표현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단점이라면 모든 작품이 지나치게 자본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통속화(?)된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 기생충이 OTT 서비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단순 통속화 논란은 시대착오적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거대 자본이 웹툰계의 특정한 다양화에 기여했지만, 그 반대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인 앙굴렘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만화 및 웹툰 작품들이 영상화되어 OTT 서비스로 유통된 사례는 아직까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