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허랑 웹소설 집담회 텍스트릿과 함께 해

텍스트릿 [사진 = 유승원 기자]

지난 1월 29일 ‘상허랑 웹소설 집담회’가 열렸다. 상허학회가 주최·주관한 이 날 토론회에는 노태훈 평론가와 이선영 교수, 그리고 장르문학 비평 전문팀 ‘텍스트릿’이 참가하였으며 웹소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텍스트릿은 장르 비평 전문 팀으로 서브컬처 본격 비평집 ‘비주류 선언’을 출간했다. 이들이 책을 출간한 이유는 웹소설, 게임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 판타지 등 각 분야의 작가 혹은 연구자를 겸하는 전문가들이 비평하여 장르에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집담회의 첫 번째 순서는 텍스트릿의 저서 ‘비주류 선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텍스트릿의 이융희 교수, 이지용 교수, 손진원 연구자는 ‘비주류 선언’에서 자신이 맡은 파트를 부연하는 형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비주류 선언’은 텍스트릿에서 출간한 서브컬쳐 비평집으로 판타지, SF, 로맨스, 무협 등 다양한 장르를 사회적 이슈와 엮어 이야기한 책이다.

노태훈 작가 [사진 = 유승원 기자]
노태훈 작가 [사진 = 유승원 기자]
이어 2부의 시작은 노태훈 평론가가 논평을 맡아 웹소설과 장르문학에 대한 집담회를 진행하였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차별에 대해 노태훈 평론가는 “요즘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없는 수준인 것 같다.”라고 운을 띄웠다.

이에 김준현 교수는 “순문학이 먼저고 장르문학이 거기서 파생되었다는 명제는 우리가 대표적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들이다.”라며 “원래 대중소설에서 순문학이 파생되어 나갔다. 이 명제에 대해 논리적 반박하는 분들을 아직 못 만났다.”라 말했다.

이어 그는 “순문학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지탱될 수 있었던 중요한 지점은 ‘고급독자의 존재 유무’ 였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웹의 도입으로 인해 고급독자는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기준에 따라서 독자를 규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렇기에 순문학은 ‘합의된 허상’이라 생각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플랫폼 내 댓글이 작가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라는 주제에서 김준현 교수는 “댓글을 다는 독자들이 사용하는 주어가 ‘우리’라고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은 자신들을 하나의 무리로 칭하면서 야수성, 폭력성을 드러내지만 반대로 고도의 주체성도 지니고 있다.”라며 단순히 덩어리로 집단화된 존재가 아닌 자신들을 규정하며 구체화한 독자들로 분석했다.

이어 이융희 교수는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플랫폼이 주체적으로 보이도록 강요하는 구조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표하며 카카오 페이지, 네이버 웹툰, 문피아의 댓글 시스템에서 작가들이 강제적으로 댓글에 노출되는 ‘폭력의 구조’를 우려했다.

이융희 교수 [사진 = 유승원 기자]
이융희 교수 [사진 = 유승원 기자]
“웹소설의 대리만족”에 이어진 토론에서 김준현 교수는 “웹소설에서 ‘대리만족’을 추구한다는 명제가 있다. 여기에는 독자의 대리만족, CP업체 담당자의 대리만족 그리고 작가의 대리만족 등이 있다.”라고 했다. 이에 이융희 교수는 “대리만족의 문제를 웹소설에 전가하는 게 옳은가? 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라며 “인종혐오 발언을 하는 AI가 있다면 그것은 AI의 잘못이 아닌 인종혐오를 입력하는 사람, 그리고 대중들이 인종혐오를 익숙하게 사용한다는 것.”으로 예시를 들었다. 이어 “대리만족을 원하는 대중이 보편화 되어있는 것이지 웹소설이 전부 책임질 것은 아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새로운 주제를 꺼낸 노태훈 평론가는 “웹소설 플랫폼 즉 문피아 같은 곳들은 이미 권력에 가깝다.”라며 “웹소설이 문단 권력화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궁극적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융희 교수는 “플랫폼의 문단화라는 말은 좀 모호하다. 플랫폼은 웹소설 자체에 대해 ‘상품’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매니지먼트나 엔터테이먼트 같은 기업, 그것도 강력한 대기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라 답변했다. 김준현 교수는 플랫폼의 권력화에 부분 동의하며 “웹소설과 기존 문학의 이질적인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같은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웹소설도 완전히 정착됐을 때 내부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권력화를 경계했다.

‘장르문학의 교육’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김준현 교수는 “대학에서 웹소설이나 대중 서사에 관한 커리큘럼이 늘어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느낌이다.”라며 낙관적으로 조망했다. 이지용 교수는 “요즘 텍스트릿 에게 강의 요청이 많이 온다. 그러나 저희 인원은 한정되어 있어 모든 강의 요청을 감당하지 못해 걱정이다.”라 발언했다.

웹소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에 비해 장르의 학문적 연구나 비평은 부족하다. 그렇기에 여기 관심을 가지고 모인 만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답변이 나온 집담회였다. 장르의 학술적 연구와 웹소설 시장에 대한 분석 을 통해 앞으로 장르문학과 웹소설계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