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498] 그림자까지 상품화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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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현대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몸값’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익숙한 만큼 섬뜩하다. ‘몸값’은 순수한 몸의 가격이 아니다. 그것은 몸으 로 이루어 내는 가치, 즉 노동력의 가치를 뜻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값이 결정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없 다. 수치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만들어지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

몸값의 논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몸값을 만드는 주체다.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를 누가, 왜, 어떻게 매기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더 슬프고 무서운 것은 분명 나로 인해서 매겨진 몸값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획회의>의 주제인 ‘모욕경제’에는 그러한 자본주의의 원리가 녹아 있다. 모욕하는 나와 모욕당하는 나 사이에 서는 어떤 자본도 오가지 않는다. 돈을 주는 사람도, 돈을 받는 사람도 없다. 돈을 버는 사람은 바깥에 있다. 그 과정에서 모욕하는 나와 모욕당하는 나는 투기장 바깥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자본가에게 복역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감정을 소모한다.

모욕(혐오)경제의 구조는 인정 투쟁조차 스포츠로 만들어 버린다. 성공을 추구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수많은 교차점들이 사실 자본에 복역하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이슈는 구조를 보다 확실히 살펴보기 위한 움직임이다. 우리는 왜 사적 복수의 정의를 ‘사이다’로 소비하며 악플을 다는 데 열중할까? 우리는 왜 일베나 디씨 같은, 저열해 보이는 익명의 공간에서 인정 투쟁에 골몰할까? 우리는 왜 우리의 디지털 정보마저 자본으로 취급받는 인터넷 사회를 살아갈까. 이 모든 질문들의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사회 문화의 저변에서 우리가 우리의 것이라고 느꼈던 희노애락의 진정한 주인이 맞는지, ‘나’라는 객체의 그림자에까지 몸값을 매기는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봄으로써 디지털 자본화되어 있는 사회를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하고자 한다.

낯설 수도 있는 개념을 차근차근히 설명해 주실 좋 은 선생들을 모셨다. 「주목노동과 관종경제」 칼럼을 썼던 박권일 선생에게 전체 총론을 부탁했고, 인지자본주의 관련 책을 꾸준히 출간하며 사회문제를 지적해 온 임태훈 선생에게 모욕경제를 만들어 내는 알고리듬에 대한 이야기를 요청했다. 인터넷의 문화에서 이런 방식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웹툰의 예시를 박범기 선생을 통해서 들어보고, 익명의 공간인 ‘디씨’의 정치경제학을 살펴보기 위해 이길호 선생을 섭외했다. 이러한 개념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의의를 점검하고자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께도 글을 부탁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를 촛불로 바꿔낼 동력을 가진 사회정치적 집단이다. 그리고 그 촛 불의 근간에는 현상을 제대로 목격하고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거대한, 그리고 잘못된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알아야 한다.